세상에 새로운 생각은 없다. 즉, 앞서 "컷과 쇼트를 이야기의 최소 단위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이미 수많은 영화인들이 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주목할 만한 영화의 단위는 무엇일까. 바로 "씬(scene)"이다.
씬(scene)
씬은 보편적으로 "동일한 장소, 시간, 맥락이 이어지는 묶음"을 뜻한다. 단편 영화 <페이퍼 플리즈(Papers, Please)>로 예를 들자면 이렇다.
컷 1 : 남자의 직업은 입국 심사관이다. 그는 한 여성의 여권을 살펴보고 있다.
컷 2 : 남자의 시선이 여권으로 향한다
영화를 보면 남성이 한 여성의 입국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때 장면은 남성이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검문소 실내의 모습과 남성이 보고 있는 여권의 모습 크게 두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때 씬도 두 개인걸까? 그렇지 않다. 남성은 여전히 검문소 안에 존재하고 있고, 여성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는 맥락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컷 3 : 굉음과 함께 검문소가 크게 흔들린다
컷 4 : 남자는 자욱한 안개를 헤치며 검문소 밖으로 나온다
이후 여성은 통과되어 밖으로 가고, 남성은 갑작스러운 굉음과 함께 검문소 안에 널브러져 있는다. 이후 남성은 아픈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간다. 그렇다면 이때의 씬은 몇 개가 더 추가된 걸까? 얼마나 세세하게 나누냐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아마도 씬은 두 개 더 추가되었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우선 컷 3은 컷 1,2와 공간은 같지만 시간적 맥락이 분절되어 있다. 여성과의 인터뷰는 종료되었고, 그 이후에 굉음을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컷 4는 컷 1~3과 공간적으로도 분리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컷들과 분리되어 단독의 씬이라 볼 수 있다.
씬1 : 남성은 검문소에서 한 여성의 입국 심사 여부를 고민한다
씬2 : 남자는 검문소에서 굉음을 듣는다
씬3 : 남자는 다친 몸을 이끌고 검문소 밖으로 나선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컷 1~2는 시간과 공간의 맥락이 모두 같은 상황이므로 씬1, 컷 3은 시간적 맥락이 끊긴 상황이기 때문에 씬2, 컷 4는 공간적 맥락이 끊겼기 때문에 씬3. 이렇게 총 3개의 씬이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씬을 이야기의 단위로 삼을 수 있는가
이야기를 어떻게 명확한 단위로 구분할 수 있을까 싶지만, 만일 시각 정보로 이야기를 단위화 해야한다면 "씬"은 그것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콘텐츠, 더군다나 스토리의 관점에서 "씬"은 너무 작은 단위이다.
스토리는 어쨌거나 기록과 정보와는 다른, 사람들이 기억할 수밖에 없는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즉, 일상을 조선왕조실록처럼 매시간마다 하나하나 기록한다고 해서 이야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재가공을 했을 때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야기는 씬보다는 조금 더 큰 단위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