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쇼트)와 씬에 대해 길게 이야기하긴 했지만, 결국 이 모든 게 모여서 만들어지는 "시퀀스"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되었다. 시퀀스란, 영화에서 발생한 하나의 이야기를 말한다. 즉, 이전 글부터 계속해서 찾고 있던 이야기의 단위가 영화에서는 "시퀀스"인 셈이다.
쇼트와 씬, 그리고 시퀀스
그렇다면, 왜 나는 "영화에서는 이야기의 단위를 시퀀스라 부릅니다."라고 바로 말하지 않고 왜 이전의 단위까지 다루었을까. 그 이유를 말하기 전에 시퀀스란 무엇인지에 대해 좀 더 고민해보도록 하자.
시퀀스란?
과거에는 한 시퀀스가 약 10~15분 정도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래서 하나의 영화에 8~10개의 시퀀스가 들어가는 게 보통이었다. 왜 하필 10~15분일까. 그건 영화 필름 한 릴의 분량이 그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기술적 단위를 기준으로 할리우드에서는 이야기의 3막 구조(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기반한 구조) 안에 몇 개의 시퀀스를 넣어야 가장 재미있는 영화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보통 가장 정석적인 방법으로는 1막에서 2개, 2막에서 4개, 3막에서는 2개의 시퀀스를 배치하는 방법을 택하곤 했는데, 서론이 너무 길어도 그렇다고 결론이 너무 늘어져도 관객들이 몰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퀀스의 수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일도 드물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관객들이 한 자리에 앉아 버틸 수 있는 시간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할리우드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