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대학교 Hyde park 러닝기
2025.06.02
출장으로 낯선 도시에 오면, 나는 종종 그 도시의 ‘대학’을 찾는다.
관광지도 아니고, 비즈니스 미팅 장소도 아니지만
“이때 아니면 언제 와보겠어” 하는 마음이 늘 나를 그쪽으로 이끈다.
시카고대학교.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예전엔 겨울이었다.
차가운 바람에 캠퍼스의 매무새도 흐릿했고 기념품 샵만 들렀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래서 이번엔, 러닝화를 신고 달려갔다.
굿즈도 어떻게 변해 있을까 다시 구경하고, 그때 미처 보지 못했던 초록초록한 캠퍼스를
내 발걸음으로 천천히 누비고 싶었다.
도시는 변함이 없었고, 그만큼 나의 기억도 놀랍도록 그대로였다.
날씨는 완벽했고, 초록으로 가득한 잔디밭이 기억 속 잿빛 장면들을 천천히 덮어주었다.
고딕풍 건물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잔디밭엔 책을 읽거나 조용히 앉아 있는 학생들이 햇살처럼 흩어져 있었다.
사실 이곳은, 노벨상 수상자만 100명이 넘는 미국 내 가장 지성적인 캠퍼스 중 하나다.
“Let knowledge grow from more to more;
and so be human life enriched.”
시카고대학교의 상징 같은 문장처럼,
지식이 자라고, 인생이 풍요로워지길 바라는 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 잔디 위에 앉아 있는 학생들은 지금 이 순간 어떤 세상을 상상하고 있을까.
나는 그저 이 캠퍼스를 달려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오늘이 꽤 괜찮은 하루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풍경도, 공기도, 심지어 굿즈까지—
너무 안 변해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이 도시, 참 성실하다. ㅎㅎ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