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팬케이크런
2025.05.30
시티런의 여운은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전날, 어플을 통해 신청한 시티런으로 시카고를 달리며
이 도시의 결을 몸으로 스캔했지만, 그 하루로는 충분하지 않았나 보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다시 밀레니엄 파크로 향했다.
이번엔 혼자였다. 그리고 난 계획이 있었다.
코스는 이렇다.
출발: 밀레니엄파크
거쳐가는 길: 그랜트파크, 필드 자연사 박물관, 먼로항 끝자락
그리고: 버킹엄 분수, 다시 밀레니엄 파크
도착지: 오바마 대통령이 즐겨 찾았다는 Wildberry Pancakes & Cafe
그 집 팬케이크를 오픈런하려면, 아침 7시 도착을 목표로 했다.
대기 없이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으로 판단.
러닝은 상쾌했다.
도시는 전날보다 조금 더 익숙했고, 공기엔 어제의 여운이 조금 남아 있었다.
무언가를 다시 찾아간다는 건 처음과는 전혀 다른 감정이 생기고 남을 수 있다.
그 길을 어제 함께 달린 사람은 없었지만, 풍경은 조금 더 느긋했고, 조금 더 편안하게 다가왔다.
먼로항 끝자락에 도착했을 때,
어제 그곳을 지나치지 못한 게 ㅜ그리고 오늘 가보지 않았다면 아쉬웠을 뻔했다.
잔잔한 수면, 그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새벽의 바람.
그리고 아득히 펼쳐지는 바다와 같은 시카고 호수.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이 도시는 내게 충분했다.
7시를 조금 넘긴 시각.
드디어 도착한 Wildberry Pancakes & Cafe.
오바마 대통령이 즐겨 찾았다는 그 집.
나는 재빠르게 메뉴판을 펼쳤고, 가장 유명한 시그니처 팬케이크를 주문했다.
그리고, 잠시 후.
내 앞에 등장한 팬케이크는
“이건 정말 미국이다…” 싶을 만큼 거대하고도 당당한 포스였다.
버터, 시럽, 과일, 폭신한 팬케이크 5-7 겹?
맛은… 인정.
양은… 항복.
혼자 먹기엔 진심으로 무리수였다.
게다가 가격은 팁 포함 40달러.
아침으로 먹기엔 뭔가 죄책감 섞인 럭셔리였다.
그래도 이 여정을 순조롭게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스스로에게 은근히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어쩌면
러닝보다 팬케이크가 오늘의 메인 같았지만,
결국 나는 달리기 덕분에 이 도시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고,
아침을 먹는 방법마저 조금 더 ‘시카고답게’ 배워갔다.
이틀째 아침,
나는 팬케이크를 향해 달렸고 더욱 시카고가 익숙해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