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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Nov 22. 2023

솔직할 용기 있는 자

나는 아직 필명 뒤에 숨어 있는 걸까? 

https://brunch.co.kr/@238a19205bbc49b/978#comments


글을 쓰다 보면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조심스러울 때가 있다. 내가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나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서 어디서 금방 연락이 올정도로 영향력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제는 어디에 드러내어 놓고 팔아도 팔아야 누가 날 알아봐 줄까 할 정도다. 그런데 글을 쓸 때 보면 참 솔직하지 못하게 된다. 


글이라는 것은 말과 다르게 기록으로 남는다. 기억으로 남는 말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기도 하고, 잊히기도 하는데 이 놈 글이라는 것은 잊힐만하다가도 다시 읽어보면 그날의 감정이 훅 다가온다. 기록이 위대한 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글을 쓰다가 나의 경험과 이야기를 쓰다 보면 조금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혹여나 누군가 알아보면 어쩌나. 내가 이런 글을 쓴다는 걸 소문이라도 내면 어쩌나. 하는 고민을 하면서 조금 문맥을 수정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이걸 표현을 빌리자면 


인간에 대해 쓰던 글을 인류에 관해 쓰는 글로 바꿔 버린 것이다. 


나의 이야기가 어쩌다가 인류 보편적인 이야기가 되며, 나만이 겪었던 경험이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에피소드로 변해버리기도 한다. 그래 이 정도면 긴가민가 하겠지? 내 이야기인 줄 아는 사람이 없을 거야. 한다. 그러다 보니 글이 재미가 없다. 작가는 인간의 이야기를 말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나라는 인간을 감추고자 인류의 이야기로 뭉그려버렸다. 그나마 조금은 날이 서있던 글도, 뭉툭하게 둥글게 변해버렸다. 재미가 없어졌다. 


나는 나의 무엇을 감추고자 나의 이야기를 숨겼을까? 내가 그리 대단한 사람도, 영향력이 있는 사람도, 정치권이나 공인도 아니다. 심지어 어디에 소속되어 있지 않으니 직장에 누를 끼칠 일도 없다. 그렇다고 내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철저히 나를 감춰야만 할 나쁜 놈도 아니다. 나는 단지 스스로를 드러내는 일이 싫었는지 모른다. 내가 관종은 아니지만 그런 걱정은 어느 정도 나의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 해야 할 일인 것도 같다. 지금은 읽고 싶은, 재미있는, 찾아보는 글을 쓰는 작가가 먼저 되어야 한다.

작가는 인간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다. 내 이야기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자신만의 언어로 글을 쓰는 연습을 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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