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준 Feb 25. 2024

인도네시아에서 읽는 봄소식

나태주. 꽃이 사람이다. 

나는 지금 인도네시아에 있다. 매일이 30도를 넘나드는 날씨에 정신을 못 차린다. 하지만 포털을 통해 접하는 한국 소식은 여전히 겨울의 한가운데 있는 듯하다. 발이 묶일 정도로 내리는 눈 소식에 봄은 아직도 먼 것 같다. 여름 가운데 겨울 소식을 접하다 보면 봄은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다. 여름과 겨울 사이에 있는 내게 봄은 먼저 책으로 다가왔다. 


봄이 책으로 온다면 이런 느낌일까? 나태주 시인의 <꽃이 사람이다>를 읽으며 나는 아직 오지 않은 봄을 한껏 경험하고 있다. 어쩌면 이렇게 사랑스럽게 봄꽃들을 소개할 수 있는지.. 나는 가만히 읽고만 있는데 작은 아기의 고사리 손 같은 꽃들의 내음이 풍겨온다. 지금 내가 느끼는 꽃내음은 책에서 온 것일까? 여기 푸르른 녹음 사이에서 온 것일까? 고국에 봄이 찾아올 때쯤이면 나는 그곳에 있을 것이다. 그럼 나는 책에서 맡았던 그 꽃내음을 찾아 발 밑을 천천히도 살필 것이다. 


내 곁에도 머위꽃이 피는지, 복수초는 무엇인지 개구리는 벌써 잠에서 깨었는지 나는 궁금해할 것 같다. 변발처럼 생겼다는 앉은뱅이 꽃인지 오랑캐 꽃인지 아니면 제비꽃인지 그 이름도 다양한 꽃을 나는 찾아볼 것이다. 지금까지도 주욱 내 곁에 있던 꽃들도 올 해는 또 다르게 새롭게 내 눈에 뜨일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나태주 시인처럼 들꽃에서, 봄꽃에서 이야기를 찾으려 할 것이다. 


시인의 글은 때로는 시처럼 때로는 에세이처럼 읽힌다. 장면이 넘실거리고, 이야기가 찰랑 거리는 글이다. 별것 아닌 이야기들도 시인의 글을 만나 잔잔하게, 내 마음에 여운을 남긴다. 그 글에 봄이 담겨 온다. 봄이 오는 소식을 꽃이 피어나는 시간으로, 개구리가 깨어나는 순간으로, 시인은 전하고 있다. 봄 꽃이 전해주는 소박한 이야기로 겨울을 녹이는 봄소식을 이야기한다. 


봄 꽃들은 나태주 시인의 시 중 풀꽃을 닮았다. 


<풀꽃>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어느 순간 지천으로 피어나는 풀꽃들로 우리는 봄이 오는 것을 안다. 그 풀꽃들을 예쁘게 보려면, 애정이 있어야 한다. 시인은 그 애정 어린 시선으로 타국의 여행자에게 봄을 전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마지막마음이들리는공중전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