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준 Jun 05. 2024

chap66. 무엇이든 주제가 될 수 있다.

 p 208-210 <김은경,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은 뭐든 글이 될 수 있습니다.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주제여도 좋습니다. 

오늘도 글을 쓰고 읽고 계시나요? 저는 오늘 한 권의 책을 받았습니다. 이번 주에만 3권의 책을 배송받은 것 같네요. 부지런하다 하실지 모르겠지만, 나름 저에게는 일이랍니다. 작가가 되고 싶었을 때는 여유가 많을 직업이라 여겼어요. 많은 생각을 하고, 머릿속으로 정리를 하고, 내가 쓰고 싶은 한 문장을 찾아서 천천히 글로 옮기는 일이라 생각했어요. 세상 모든 생각들을 할 수 있을 거라 믿었지요. 무궁무진한 상상력으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 새로운 관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요. 물론, 모든 것이 틀린 이야기는 아니랍니다. 저는 좀 더 차근히 설명할 수 있게 되었고, 조리 있게 정리할 줄 알게 되었습니다. 꽤 시야가 넓어졌다고도 생각했죠. 


반만 맞았네요. 


가족들이랑 종종 가는 백화점에는 서점이 한 곳 있습니다. 대형 서점이기에 책도 꽤나 많아요. 아내와 아이들이 잠시 쇼핑을 하러 가고, 막내아들의 오락기가 있는 서점에 들르고는 한 바퀴를 휘~이 돌아봅니다. 세상에나 정말 많은 책이 있어요. 상상도 못 할 법의 책들이 있어요. 아동, 수험, 취미, 교양, 역사, 정보, 여행, 에세이, 독립출판, 고전, 로맨스, 추리, 등등 카테고리만으로도 숨을 한 번 쉬고 넘어가야 하지요. 하나의 섹션에서 제목만 읽어도 한참이나 걸립니다. 제가 좋아하는 에세이 코너에 들면 또 새로 나온 책이 있는지 훑어 보죠. 새로 나온 책을 찾는 것보다, 저번에 들렀을 때 봤던 책을 다시 찾는 것이 더 어려워요. 매일, 매주 새로운 신간들이 쏟아져 나오더라구요. 


<댓글부대> <내일의 으뜸> <나의 돈키호테> <나는 행복한 푸바오 할아버지입니다> <꿈을 나르는 지하철><이젠 네가 피어날 차례야>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등등등. 정말 책이 많아요.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제목이 눈길을 끌어서 책 한 권을 들고는 챠라락 펼쳐 봅니다. 구성은 어떤지, 문체는 어떤지, 처음 펴본 페이지에는 어떤 글이 눈을 끄는지 살포시 읽어보지요. 혼자서만 글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때로 세상의 끝까지 가본 듯한 기분이 들어요.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고, 만들어 낼 이야기가 없다고도 느끼죠. 그리고 서점에 가면요. 정말 정말 넓은 세상이 있는 거예요.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너무 많아요. 혼자서 둘러본 세상은 딱 우리 집, 우리 동네 사이즈인 거예요.


아차 싶어, 책을 두어 권 사게 돼요. 못 다 읽은 세상을 안고 집에 오지요. 그리고 책을 읽습니다. 내가 세상의 끝이라고 여기던 곳에서 또 다른 세상이 시작되고 있네요. 알지 못했던 세계가 저기 앞에 펼쳐져 있어요. 어느 책은 다 읽고 나면, 아쉬움이 남기도 해요. 벌써 끝이라는 아쉬움, 이다음 이야기가 궁금한 아쉬움이죠. 또 한 걸음 세상이 넓어졌습니다. 


그렇게 책을 읽다 보면, 책 속의 한 문장을 훔치고 싶어 져요. 이런 이야기들은 꼭 써먹어야지. 이런 관점은 내 글 어딘가에 넣어봐야지.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쓸 이야기가 생겨요. 그리고 그 문장을 잘 적어둡니다. 노트 한 권에 적어두어 잘 숙성시킵니다. 나의 이야기와 맞는 그 순간을 기다리며 차곡차곡 담아 둡니다. 이래서 사람들은 많은 책을 읽으라 하나 봅니다. 끝인 줄 알았던 나의 세상에 단 한 걸음을 더 내딛을 수 있도록 살짝 내 등을 밀어줍니다. 서점에서 만난 많은 책들은 내가 몰랐던 세상입니다. 지구 밖의 별을 발견한 사람들처럼, 나는 검은 하늘인 줄 알았던 그곳에 수많은 별들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저는 그래서 책을 읽습니다. 때로 끝까지 다 읽지 못하기도 해요. 정말 책장이 넘어가지 않으면, 과감히 다른 책으로 옮겨가기도 합니다. 그곳에는 또 다른 세상이 있으니까요. 어린 왕자가 별들을 탐험하듯, 저도 책들을 건너고 건너 세상을 만납니다. 


글이 나오지 않으면, 글을 넣으세요. 

글을 넣어도 똑같은 글이 나오지는 않아요. 나를 한 번 거쳐서 나의 글이 되어 나와요. 그런데 글을 넣지 않고 새로운 글을 만들어 내려하면 우리는 같은 자리만 맴돌 수도 있어요. 세상은 정말 다양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고, 우린 그 이야기를 다 알지 못하거든요. 모든 일을 경험할 수 없다면, 글을 읽어야 하지요.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는 글을 쓰는 것부터가 아니라, 글을 읽는 것부터 일의 시작이에요 


밥값을 하려고요.

네. 그래서 전 오늘도 책을 읽어요. 




이전 07화 chap65. 사투리와 구어체의 맛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