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주 먼 곳에 다녀왔다.
가야만 하는 일정이 있어서 갔지만
사실 진심으로 가기 싫을 정도로 몸이 안 좋았다.
매 순간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성격 때문에
주중이 끝나 주말이 되면
몸이 많이 아프다.
이번 주는 특히 시험 기간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
쓰는 고통보다
안 쓰는 고통이 심한 나는
뭐라도 써야, 정말
그냥 대충 뭐라도 쓰고 나야 마음이 편한데
어제는 그마저도 제대로 못했다.
쌓여서 풀리지 못한
마음의 응어리가
더 번지기 전에
일단, 뭐라도 풀어내기 위해 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들이
지나 문득 창밖을 보니
가을은 이미 지나가고 있다.
봄 보다 가을을 좋아하는 나는
붉게 물들어가는 가을의 순간이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아쉽다.
그 언젠가 여름에 학교에서
친한 선생님들과 사진을 찍으면서
가을에는 가을 콘셉트로
겨울에는 겨울 콘셉트로
사진을 찍자 했었더랬다.
오지 않을 것 같던 가을이다.
바쁜 일상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이제 정말, 사진을 찍어도 될,
그런 가을.
그날이 오면
평소 입지 않은 가을가을한 스커트에
멋들어진 구두 한 켤레 신고
트렌치코트를 걸치며
나의 소중한 선생님들과 함께
순간을 남겨야지.
흘러가는 것들은
아무래도 잊히기 쉬우니까.
오늘 밤에 쓸 내용 중 하나가
'피아노 학원'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와 지난 금요일 저녁에 벌어진
굵다란 에피소드를 풀어보려고 한다.
참, 시험 기간을 맞이해서
3학년 애들한테 궁금하면 언제고
연락을 해서 물어보거라, 했더니
몇몇이 진짜 진지한 질문들을 물어온다.
더러는 문제집을 풀어달라고도 하고
더러는 개념을 다시 물어보기도 한다.
중학교 마지막 시험을 진지하게
준비하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나도 늦은 시간이든 이른 시간이든
그들의 질문을 잘 받아주고 있다.
힘들다기 보단,
같이 배우고 생각할 수 있어서 좋다.
설명하면서 더 확실히 개념을 잡을 수 있어서도 좋고.
부디, 마지막 시험 답안지 마킹을 하는 날,
나의 소중한 아이들이
후회 없기를 바란다.
더불어, 그 시험 한 번의 결과가
그들의 3년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꼭, 기억하기를 바란다.
한 번의 시험에 삶을 모두 평가받기에
우리의 인생은 너무 다채로우며
내가 만나는 아이들은
늘, 저마다의 색으로 빛나기 때문이다.
"시험 기간인데 정신 안 차릴래?"
"공부 안 하냐?"
"선생님이 제일 열심히 공부하는데!!!!!?"
하며 잔소리하는 마음은
그저 반은 교사라는 책임감아래,
반은 이모 같은 마음으로 뱉어내는
것임을 기억해 주길.
나도 선생님이 되기 전에
중3의 끝자락을 보낸
그저 그렇고 그런 학교가 싫어서
그만두고 싶어 했던
중3을 겪어왔으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들을
적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결론은 (아,.. 정리병 ㅋㅋ 요약정리 ㅋㅋ )
1. 어제 정말 몸이 힘들었는데도 멀리 다녀와서 힘들었다.
2. 몸이 피곤해서 글을 못 썼더니 울적해서, 뭐라도 쓰려고 쓴다.
3. 시험 기간에 애들이 질문하며 열심히 공부하는 게 기특하다.
4. 최선은 다하되, 결과에 너무 좌절하지 말길 바라며,
5. 오늘 밤엔 딸과 있었던 '피아노 학원' 이야기가 업로드될 것임을 밝힌다 것이다.
적당히 쌀쌀한 바람은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린다.
겨울을 사무치게 좋아하는 나는,
벌써 마음이 반쯤은 둥둥 떠 있고
반쯤은 너무나 설렌다.
눈과, 바람과, 햇살이
제 색을 뽐낼
겨울이,
조금씩 가을을
앞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