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을 다시 먹기로 마음먹은 다음 날, 바로 뒷자리의 동료가 말했다. 도저히, 도저히 못 먹겠어요. 미급식 신청서는 어떻게 내야 해요? 나는 다음 달부터 먹기로 했는데, 잘 먹던 사람이 안 먹겠다고 말할 정도라니. 궁금한 마음에 이것저것 물어보니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했다. 밥, 김치, 국, 반찬 한 개에 후식을 빙자한 완제품이 하나씩 나온다고 했다. 반찬의 가짓수도 맛도 모두 불만이라고 덧붙이며, 아무래도 4월은 먹지 못하겠다고. 도시락이든 뭐든 한 번 싸 보겠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니 괜히 돈만 버리는 게 아닐까 싶어 다시 마음이 세차게 흔들렸다. 해보지도 않았으면서 물러서기엔 바보 같은데, 사람들한테 이미 도시락 안 싼다고 글로 썼는데, 이미 담당 직원 및 영양사님에게 다 말해둔 상황인데. 어쩌지? 어쩌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번복. 그냥, 원래대로 도시락을 다시 싸기로 마음먹었다. 담당 직원은 약간 불편한 마음을 내비쳤고 나는 그의 마음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다시는 이렇게 누군가를 번거롭게 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하루를 보냈다.
지난번에 소개했던 '스케이터 1단 도시락: 엘리스'가 붕괴되었다. 4면 결착 도시락으로 단단한 밀폐력을 자랑했는데 그 '결착'하는 고리 두 개가 떨어져 버렸다. 하나만 고장 났을 때에는 그러려니 하고 썼는데, 두 개가 고장 나 버리니 가지고 다니기 불안하다. 사람들에게 썩 괜찮다고 소개했는데 그 글이 조금은 부끄러워진다. 그래서 요새는 토토로 도시락을 주로 싸가지고 다니는데 이 역시 가끔 불안한다. 워낙 작아서 그런지 금세라도 떨어지면 깨질 것 같은 느낌. 아무래도 고장 나지 않게 조심해서 잘 써야 할 것 같다. 새로 사는 건 남편에게 많이 미안한 일이니 일단은 주어진 도시락들을 알차게 가지고 다녀 보기로 한다. 그렇다고 앨리스 도시락을 버리진 않을 것이다. 언젠간 마음 내키는 날 고쳐서 쓸 수도 있으니(?)
도시락 싸기의 기간이 10이라고 한다면 딱 절반만큼은 신났고 열정적이었고 행복했다. 그런데 딱 절반은 힘들고 지쳤다. 누구도 날 알지 못하는 이 공간에서 '즐거웠다'라고 쓰면 그만이지만 그러지는 못하겠다. 부러 모든 것을 보여줄 순 없지만 또 반대로 모든 것을 숨길 필요도 없으니까. 어쨌거나 많이 아픈 와중에 내 밥그릇 내가 챙겨 먹겠다고 갖은 고생을 사서 했다. 그 마저도 멈춰도 될 것을 굳이 부득불 끝까지 이어가고 있다. 원래는 더 풀어내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있었다. 어느 순간 이야기를 위한 도시락을 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지쳐 도시락 싸기를 멈추지 말고 도시락 글쓰기를 멈추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 글을 끝으로 도시락 이야기는 진짜 당분간 쓰지 않으려고 한다.
고마운 마음이 많이 든다. 내 글을 읽어주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시락'이라는 검색어를 타고 들어온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적는다. 흔한 말일수록 자주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흔한 말일수록 듣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맙다. 지난 7월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읽어준, 앞으로도 읽어줄 당신이 참 고맙다. 덕분에 이렇게 길게, 끝까지 써볼 수 있었다.
어쨌거나 하루 세끼를 놓치지 않고 먹을 것이며 내 손맛을 향상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멈추지만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암, 그렇고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