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

규영이의 글

by 안녕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좋아하는 것을 고르라고 한다면 아마 하루를 꼬박 사용해도 모자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글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계절의 풍경을 묘사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겨울을 말해볼까 한다. 겨울을 먼저 말하는 것은 딱히 큰 이유는 없고 1월이 겨울이기 때문이다. 겨울엔 설날과 크리스마스도 있지만 난겨울의 새벽을 가장 좋아한다. 겨울의 눈 내리는 새벽하늘은 여타 계절들과 달리 하늘이 새하얗다. 매서운 추위와 대비되는 부드러운 눈이 마음은 포근하게 만든다. 하얀 하늘이 아침처럼 보이지만 미세한 회색 빛이 태양을 가려 마치 커튼과 같은 기분이 든다. 난 겨울의 눈 내리는 새벽이 좋다.


두 번째는 봄을 말해 볼까 한다. 봄에는 나도 여타 사람들처럼 벚꽃이 좋다. 벚꽃은 피는 시기가 짧기 때문에 벚꽃이 피었다고 하면 사람들은 벚꽃을 찾아간다. 나는 벚꽃을 보러 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벚꽃은 주변 어딘가에 피어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을 보러 멀리 간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쩌면 그 근처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난 벚꽃을 바라보았다.


다음은 여름이다. 난 여름의 오후가 좋다. 아직은 도시의 손길이 닿지 않은 시골에서 점심을 먹고 난 뒤 나무 그늘이 진 평상에 누워 있으면 미세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머리를 스쳐오며 여름의 더위를 씻어주고 나뭇잎의 약간의 틈사이로 들어오는 햇살과 나뭇잎의 얇은 테두리 부분이 비취색으로 물들어지는 광경은 나를 너무나 풍족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난 가을의 풍경을 말하고자 한다. 난 가을의 노을이 좋다. 가을의 붉게 타오르는 노을빛이 갈대를 스칠 때 갈대가 더욱 붉게 물드는 게 마음에 든다.


시간이 남으니 하나를 더 설명하고 싶다. 난 여름의 밤하늘을 바라볼 때면 묘한 해방감을 느낀다. 여름 밤하늘은 다른 계절보다 별이 선명하게 보인다. 그 밤하늘의 볼 때면 고질병처럼 느껴지던 답답함이 해소되는 듯하여 기분이 좋다.


이제 글을 마칠 때가 된 것 같다. 사실 이렇게 글을 쓰다 보면 언제나 모든 순간 풍경이 아름답다고 느껴진다. 아직 난 더 설명하고 싶은 풍경이 있지만 나머지는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찾아보면 좋겠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뿐이다.



사진: Unsplash의 Filip Bunkens


글쓴이: 김규영(가명)




다행스럽게도 규영이의 승낙을 받았다.

사용해도 좋다는 말에 맞춤법, 띄어쓰기, 단락 구분 정도만 고쳐서 올린다.

이보다 더 잘 쓰는 학생, 당연히 있겠지만 난 이 글이 좋았다.

무척.


부족함 찾는 눈 잠시 접어 두고, 도도하고 시크한 열네 살 남학생의 감성이 담긴 글이라 생각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그러면 더욱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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