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열여덟 살부터 시작된 나의 불안은 마흔을 넘기는 지금까지 꽤나 꾸준하게 반복되고 있다. 이유 없이 머릿속을 파고드는 생각이 자리 잡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상상과 공상이 취미인 나는 불안한 그 감정을 떨쳐내지 못한 채 그 안에서 허우적거렸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지만 늘 슬펐고 우울했다. "힘내", "잘 될 거야."라는 말은 듣지 않는 것이 나았다. 힘이 나지 않아서 못 내는 것이고, 여태까지 잘 되지 않았으니 잘 될 리 없었다. 불안은 우울을 만들어 냈고, 우울은 다시 불안을 불러왔다. 그 둘은 어쩐지 너무나 친한 소꿉친구 같은 것이어서 난, 늘 그 둘에게 내 마음을, 내 신경을 온전히 빼앗긴 채 살았다.
- 왜 나는 이모양일까.
- 왜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저렇게 쿨하지 못할까.
- 그러니까 네가 이렇게 사는 거야. 아무것도 아닌 채로.
불안이 만들어낸 내 모습은 지질하기 그지없었다. 거부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였다. 맞아, 난 이런 사람이지, 어려서부터 할머니랑 엄마가 나를 보며 했던 말이 있잖아, 너는 그냥 사람 구실이나 하면서 살면 됐다, 직업이 다 무어냐, 졸업만 해라, 그거면 됐다.
자신감이 떨어졌다. 뭘 해도 혹시나 틀리지 않았을까 실수하지 않았을까 걱정했다. 두려웠다. 사람들의 시선, 평가가 내게 닿는 것이. 꼭꼭 숨고 싶었다. 숨을 수 있을 때까지 숨어 지냈다. 공기처럼, 아니 공기는 사라지면 너무 티가 나니까, 공기 말고 아주 작은 먼지처럼, 그렇게 숨어 지내고 싶었다.
소심하고 불안한 어린아이가 청소년이 됐고, 어쩌다 어른이 되었다.
하나도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나는 덜컥 스무 살이 되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야 했다.
불안이 밀려왔다.
이겨낼 재간이 없었다.
누가 이 삶을 끝내주었으면, 멈춰주었으면.
그 선택마저도 스스로 할 힘이 없었다. 꾸역꾸역, 억지로, 마지못해 살았다.
아니,
살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