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지는 삶'을 '사는 삶'으로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운동도 해보고(요가, 필라테스), 아무 일 없는 듯이 잠도 자보고, 지칠 새도 없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대화도 나누어 보았다. 마음을 치유하는 책도 부러 사서 읽어보고 자기 계발 영상도 찾아보았다. 새로운 세상을 접하는 게 좋을까 싶어 여행도 종종 다녔다.
애석하게도 소용없었다.
아주 잠깐 평온하다가 이내 불안이 찾아왔다. 사라진 줄 알았던 불안은 아주 작은 틈이라도 발견하면 무섭게 파고들었다. 에라 모르겠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아무도 만나지 않고 먹고 잠만 잔 적도 있다. 열여덟에서 열아홉으로 올라가는 그 중요한 시기에 나는 학원도 그만두고, 독서실도 나가지 않은 채 2주 정도 집에만 있었다. 먹고, 자고, 티브이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얻은 것은 14kg이나 증가한 몸무게뿐.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가끔 휘몰아치는 불안에 잠식될 때에는 걷잡을 수 없이 우울해졌다. 멈추고 싶은데 잘 되지 않아 속으로 많이 울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미쳤다고 할 것 같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상담을 받아도 제자리. 어쩌면 좋을까. 이런 나를 어쩌면 좋을까.
평온은 의외의 장면에서 찾아왔다. 남다를 것이 없었다. 그저 내게 주어진 삶을 온전히 살아가기만 하면 되었다. 당장 눈앞에 놓인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동안엔 불안하지 않았다. 행복까지는 아니어도 안심이 되었다. 연신 뜯어대던 왼쪽 손톱 옆에 새살이 돋아나기 시작한 것은 그즈음이다.
어려서야 아무것도 안 해도 누군가가 먹여주고 입혀주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그럴 수 없었다. 불안해도, 미칠 듯이 괴로워도 할 것은 해야 했다. 엄마가 되고 나니 더욱 녹록지 않았다. 내가 불안하다 해서 아이의 밥을 챙겨주지 않을 수 없고, 내가 슬프다고 해서 애를 돌보지 않을 수 없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편했다.
지독히도 나를 괴롭혔던 불안은 아이러니하게도 그저 내게 주어진 일을 하나씩, 묵묵히 해 나갈 때 차츰 잊혔다. 아, 그렇구나. 내 일상을 지키려면 그저 묵묵히, 해내는 게 필요하구나. 어쩌면 나는 일상의 마음까지도 완벽한 평화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우울하더라도, 속상하더라도, 너무 기쁘거나, 너무 즐겁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제 일을 해 내는 것. 그것이 나를 지키는, 불안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방법이었구나, 깨달아 버렸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당신을 잠식하는 알 수 없는 불안에 휘둘려 일상을 놓치지 마시길.
하루하루 별 것 아닌 일상을 지켜낼 때. 따뜻한 밥 한 공기, 좋은 사람과의 의미 있는 만남. 그리고 충분한 수면을 해나갈 때, 분명 벗어날 수 있음을, 잊지 마시길.
그리하여 오늘 밤, 당신도 나처럼
조금은 덜 불안하고
조금은 더 평안해지길.
당신의 오늘도 무탈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