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차분하게 정리는 어렵고요. 생각나는 대로 일단 적어봅니다.
개학 준비를 거의 다 했습니다. 아, 실내화 하나를 빼먹었어요. 유치원에서 쓰던 게 깨끗해서 그대로 가져가려 했는데 오늘 다시 신겨보니 조금 작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딱 맞아요. 딱 맞는 건 양말을 신고 신으면 작을 것 같아 한 치수 큰 것을 사려고 합니다. 다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알림장도 빼먹었더라고요. 담임선생님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전 아직도 초1 때 (아니 국민학교 1학년때^^) 담임 선생님께서 적어주시던 내용을 알림장에 적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다이소에서 알림장도 사고, 그렇게 준비 일단락을 마쳤습니다.
어제는 아이의 손을 꼭 잡고 배정받은 초등학교까지 걸어갔다 왔습니다. 휴직을 하고 6개월 정도만이라도 돌봐주면 좋으련만 그럴 상황이 아니라 일을 하며 (그것도 연구부장을 하며) 초1 아이를 케어하려니 불안함이 커져 하나 둘, 씩 연습해봤습니다. 여러 번 가본 길이어도 막상 학교를 향해 가는 길이라고 하니 조금은 긴장하는 듯 보이더라고요. 새롭게 개통한 휴대폰을 들고 유튜브를 찍는 듯 연기하며 걸어가는 모습을 보니, 벌써 저렇게 컸나 싶습니다. 시간이 참, 빨라요.
학교 앞에 도착해서 둘러보고 (들어가진 못했어요.) 한 바퀴 돌아 태권도 차량을 탑승하는 곳까지 둘러보고 난 후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횡단보도 건너는 방법, 휴대폰으로 엄마에게 전화하는 방법, 혹시나 태권도 사범님을 만나지 못했을 경우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 등을 이야기하다 보니 문득,
초등학교 가서 즐거운 일보다는 초등학생이 되어서 챙겨야 할 것만 잔뜩 알려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비슷한 의미로, 휴대폰을 개통해 주면서 제일 먼저 설치한 어플이 '도와줘'라는 위치추적 어플이었으니 할 말 다했죠. 전화통화, 긴급전화 등을 알려주면서 그 작은 기계에 아이의 안부를 맡겨야 한다는 게 참 씁쓸하면서도 묘하게 위안이 되는 양가감정에서 한참을 헤매기도 했습니다. 휴직을, 해야 했을까요?
아이는 저를 많이 닮았습니다. 걱정과 불안이 많고 완벽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늘 연습을 합니다. 유치원 졸업 2주 전부터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는 연습을 했어요. 아이 소유의 연필깎이를 사주고, 연필을 깎는 연습도 하고요. 초등학교부터는 어른들이 쓰는 수저를 쓴다고 하여 그 수저로 밥을 먹은 지도 꽤 됩니다. 화장실에 혼자 가는 연습, 용변 처리 하는 연습, 엄마랑 둘이 나가서도 멀리 떨어져 걸으며 혼자 슈퍼를 가 보는 연습을 하며 그렇게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는 연습을 합니다.
그러면서도 계속 저에게 물어봐요.
"엄마. 만약에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떡해?"
"엄마. 만약에 사범님을 못 만나면 어떡해?"
"엄마. 만약에 말이야..."
그런 질문을 받으면 계속 제가 겹쳐 보여요. 제가 그렇게 걱정이 많거든요. 쓸데없는 생각과 불안이 넘치고요. 하필이면 왜 그런 기질을 받았나 싶은데, 어쩌겠어요. 이미 받은 기질이라면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야죠.
무튼, 제 나름대로는 여러 가지 상황을 준비하고 연습하는 편이 마음이 편한가 보더라고요. 저는 엄마였다가, 선생님이었다가, 친구였다가를 반복하며 그렇게 여러 가지 상황을 함께 해주고 있어요. 다행스럽게도 지난겨울,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 잠시 왔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중학교의 모습을 보고, 교무실, 도서관도 보았으니 대충 학교가 어떤 곳인지는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믿어 봅니다.
참, 돌봄교실에 선정이 되었고, 방과후 프로그램은 과학, 미술, 공예를 신청해두었고, 학원도 두어 곳 등록해 두었어요. 일하는 엄마로서 퇴근이 빠른 편이라 그정도로도 가능함에 늘 감사합니다. 퇴근이 더 늦었다면 그 사이에 학원이 또 한 두개는 더 들어갈 듯해요. ㅠ.ㅠ 참.. 어렵습니다. 방과후 프로그램은 욕심을 내어 3개를 신청했는데, 아무래도 긴장도가 높은 우리 딸은 한 학기 정도는 돌봄교실과 교실, 그리고 학원 가는 생활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한 개만 해야겠습니다. 엄마의 욕심은, 끝이 없죠. 저도 그렇게 하라고 하면 못하면서요.
3월입니다.
교사로서 가장 싫은 달은 3월이에요. 모든 게 새로워 낯선데 업무가 많아 참 힘들거든요. 그런데 학부모로서도 3월이 가장 싫을 것 같아요. 엄마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더라고요. 모든 게 새롭고 아이도 긴장하고, 나도 긴장하는 그 상황이 참, 어렵습니다.
저는 개학하고요.
아이는 입학합니다.
2025학년도 1학기, 우리 잘 보낼 수 있겠죠?
종종 이곳에 소식 전할게요. :-)
글도 자주 쓰도록 할게요.
감사해요. 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