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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k Feb 12. 2020

#고향을 떠나다

1. 시한부 선고, 그 끝자락에서

2018 07월 08일. 일요일



아침부터 우리는 부지런히 움직였다. 우리나라 가장 위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먼 길을 떠나야 했다.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전기, 수도 등 이것저것을 확인했다. 한동안 집에 사람이 없기에 꼼꼼히 체크했다. 그리고 아빠 마음이 변하기 전에 통영으로 가려고 서둘러 10시가 조금 넘어 우리는 차에 몸을 실었다.


드디어 강원도 고향을 떠난다. 아빠는 살면서 며칠씩 집을 비운적이 없었다. 특히 겨울에는 연탄불을 갈아야 한다며 일정한 시간에는 꼭 집에 가던 사람이었다. 그만큼 이렇게 집을 오래 비운다는 건 아빠에게 엄청난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집을 떠난다는 생각이 마음속 한구석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강원도 고향에서 통영까지 500Km가 넘는 짧지 않은 거리이다. 그 거리를 나 혼자서 운전을 해야 하기에 난 다소 서둘렀다. 그럴수록 액셀을 더 힘껏 밟았다. 다들 피곤한지 잠을 잘 자고 있어서 차 안은 조용했다. 중간중간 휴게소에 몇 번을 들러가며 통영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6시간 정도 걸려 목표로 했던 저녁식사 시간 전에 통영에 도착했다. 먼 길을 달려와서인지 몸에는 피곤함이 가득 묻어났다. 바로 서울로 돌아가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다음날 오전 반차를 쓰고 우선은 휴식을 취했다.


한시름을 놓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아빠가 엄마와 함께 있기에 당분간 걱정을 안 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엄마와 동생에게는 부담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나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먼 거리를 오느라 몸이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한 것이 훨씬 나았다. 


다음날 아침, 곧 다시 오겠다는 인사를 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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