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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k Feb 14. 2020

#예감

1. 시한부 선고, 그 끝자락에서

2018 07월 20일. 금요일



그동안 나는 내 일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회사 생활을 하고 주말에는 운동을 하는 평범한 일상이었다. 그리고 2주 만에 다시 가족들이 있는 통영에 간다. 퇴근 후, 용인에서 작은 외삼촌과 외숙모를 만나 같이 통영으로 향했다. 저녁 8시쯤 출발하여 12시를 넘겨 도착하게 되는데 너무 늦은 시간이라 집으로 가면 아빠가 불편할 듯하여 우리는 큰 외삼촌 집에서 자기로 했다.


가볍게 맥주 한 잔을 하며 삼촌들과 대화를 나눴다. 대화의 주제는 역시나 아빠였다. 아빠가 통영으로 온 후 예전보다 엄마와 통화를 자주 했다. 대화를 하며 어느 정도 느꼈지만 아빠의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지나가고 있었다. 아빠는 엄마와 동생이 출근을 한 후에 집에 혼자 남아있다. 엄마가 중간에 와서 잠시 본다고는 하지만 아빠 혼자 보내는 시간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전, 새벽에 아빠가 혼자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쓰러지는 일이 있었다. 아빠는 이제 혼자서 오롯이 움직이는 게 힘들어지고 있었다. 그 상황을 마주한 엄마와 동생은 얼마나 놀랐을까. 


여러 대화를 나누며 한 가지 결심을 했다. 아빠 스스로 몸을 가눌 수 없을 때가 되면, 요양병원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엄마와 동생에게 더 큰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그리고, 그 시간이 빨리 다가오고 있음을 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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