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ank Feb 14. 2020

#어금니를 꽉 깨물다

1. 시한부 선고, 그 끝자락에서

2018년 07월 21일. 토요일



2주만에 만난 아빠는 생각보다 더 안 좋아져 있었다. 이제 혼자서는 거동이 힘든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아빠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철렁하는 순간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제 삼촌들과 대화를 했던 그 상황이 벌써 내 앞에 다가온 것이다. 빨리 다가오고 있음을 예감하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그 상황을 눈 앞에 마주하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다짐했던 걸 해야 했다. 엄마와 외숙모가 미리 알아봤던 요양병원으로 향했다. 어떤 곳인지가 궁금했다. 요양병원은 통영에서 그리 멀지는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건물을 전체적으로 둘러보며 이 곳에서의 생활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상담을 받았다. 필요한 서류나 약, 이것저것 자세히 설명을 해 주셨다. 그리고 이 곳이 알아본 곳 중에는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월요일에 수속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다음날 입원이 가능한 것을 확인하고 돌아왔다. 


그날 밤 아빠가 잠든 후, 엄마와 동생과 함께 집 앞에 있는 바닷가를 거닐며 산책을 했다. 그리고 바다를 보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이렇게 우리 셋이서 진지한 대화를 나눈 것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대화가 많지 않았던 가족이었다.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상황과 그때가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등에 대해서 서로의 의견을 얘기했다. 그리고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말하지 못했던 말들도 나누었다. 짧지 않은 대화였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처음 이 상황이 나에게 다가왔을 때, 의사의 말을 듣고 아빠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6개월은 남아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3개월, 추석을 아빠와 함께 보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기대조차 쉽지 않음을 느끼고 있다. 


마음이 추스러지지 않는 날이었다. 하루 종일 흐르려는 눈물을 참기 위해 이빨을 꽉 깨물고 또 깨물었다. 너무 꽉 물어서인지 통증이 느껴졌다.

작가의 이전글 #예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