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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k Feb 17. 2020

#영정사진

1. 시한부 선고, 그 끝자락에서

2018년 08월 06일. 월요일



통영을 다녀온 후, 영정사진을 알아봐야 할 때가 되었음을 직감했다. 엄마와 동생과 대화를 한 후 영정사진은 내가 준비하기로 했다. 우선 핸드폰 사진첩을 쭉 훑어본다.

‘아, 이렇게 가족사진이 없구나.’

‘우리 이렇게 살았었구나.’ 

아쉬움이 입 밖으로 나왔다. 몇 천장이 있는 내 사진첩에서 아빠의 사진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내가 군대 생활을 하며 이라크 파병을 가기 전에 찍은 사진이 보였다. 아직도 그때가 기억난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동생은 경기도 광주까지 면회를 왔었다. 준비해온 음식으로 함께 점심을 먹고 난 후 독수리 동상 앞에 나란히 앉아 찍은 사진이다. 그리고 밥을 먹으며 찍은 사진이 몇 장 더 있기는 하지만 그 사진이 그나마 나았다. 내가 군대에 있을 적 면회를 와서 찍은 사진들이 우리 넷의 마지막 가족사진이었다. 그 이후 함께 사진 한번 찍은 적이 없었다. 그 사진에서 아빠의 얼굴만 캡쳐를 했다. 얼굴에 살이 어느 정도 있고 혈색이 좋아 보인다. 하지만 더 이상 그때의 모습은 지금 아빠에게 남아있지 않는다. 평소에 아프다는 말도 하지 않는 아빠였다. 병을 알게 된 후, 아빠에게 아프지 않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했던 아빠가 이제는 아프다는 말을 한다고 한다. 오죽 아프면 그럴까. 얼마나 아팠을까. 그 고통을 가늠하지 못하겠다. 


지난 주말 아빠를 만났을 때, 아빠는 안락사 얘기를 했었다. 이렇게 고통받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게 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난 이런 아빠를 보며 내게도 이런 날이 오면 고통받으며 생명을 끈을 잡고 있기보다는 놓아버리는 선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건강했던 아빠의 모습을 오려내어 엄마와 동생에게도 보여주고 회사 근처에 있는 사진관을 찾아 영정사진 제작을 의뢰했다. 액자부터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하나씩 결정하고 가장 빠른 방법으로 요청을 했다. 빠르면 이번 주안에 된다고 하여 금요일에 찾아가기로 얘기하고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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