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쓰는 육아 일기 02

아빠가 생각하는 임신 중 조심해야 할 것들은 분명 엄마와 다를 수 있다.

by Teddy Kim

둘. 임신



아이를 애타게 기다렸던 부부에게 임신 소식은 축복이고 주변에 알리고 싶은 자랑거리이기도 했다.

그래서 아내는 뛸 듯이 기뻐했고 행복해했다.

더불어 그간의 노력 때문인지 주변 눈치를 봐야 했던 마음고생 때문이었는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당연히 아내는 주변에 기쁜 소식을 서둘러 전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가족들에겐 즉시 그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하자는 마음에는 나와 아내가 의견 차이를 보였는데 내 걱정과 우려 때문이었다.


임신 소식이 기쁘면서도 주변에 알리기 조심스러웠던 가장 큰 이유는 내 징크스 때문이었다.

간절히 바라던 기쁜 소식은 주변에 공유하면 종종 수포로 돌아가곤 했던 내 징크스 때문에 혹시라도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덜컥 들었다.

내게는 본능적인 느낌과 같은 것이었고 이 점은 아이가 생기기 전에도 아내에게 종종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던 부분이었다.


그리고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었는데 함께 일하고 있는 친한 형 부부들 때문이었다.

함께 일하는 형들 중 두 부부가 시험관 시술을 하고 있거나 했었는데 아직까지 두 커플 모두 좋은 결과를 보지 못한 터였다.

형들이 내 소식을 듣는다면 형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것 같아 괜히 눈치를 본 것이다.

그래서 아내에게 징크스도 있고 하니 안정기에 접어들 때까지만 입조심을 하자고 당부했었다.


하지만 영원한 비밀은 없고 내가 직접 형들에게 소식을 전하기 전에 형들이 아내의 임신 소식을 전해 듣게 됐다.

결국 나는 눈치만 보는 못난 남편이 됐고 형들에게도 미안하고 아내에게도 미안한 마음의 짐만 지게 됐다.


차라리 함께 기쁨을 나누고 좋은 소식도 쿨하게 주변에 전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후회만 남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계속 징크스에 대한 찜찜함도 마음속에 맴돌았다.



임신을 하니 갑자기 주변에서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저마다 겪고 느꼈던 직간접적인 경험들을 쏟아내고 조심했던 부분들을 알려주고 함께 걱정해준다.

그런데 내겐 이런 우려와 걱정들이 고맙기보다는 달갑잖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너무 과하게 걱정하거나 염려해주는 지인들 때문이었다.


괜찮다고 설명하고 알고 있다고 대답해도 그들은 너무 과하게 나를 걱정해주었다.

앞으로 펼쳐질 상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육아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음을 대답으로 들려주어도 그들과 같은 맥락의 고민으로 답을 하지 않으면 내 대답은 그저 모르는 소리 정도로 치부되거나 종종 생각과 같이 되지는 않을 거라고 우려 섞인 핀잔을 듣기까지 했다.


그들의 대답은 같았다.


"어디 한 번 해봐라.

생각 같지 않을 거다."


하나의 일을 진행할 때는 항상 순서라는 것이 있고 시행착오나 경험이 필요한데 이런 대화에서 나는 인과관계를 따져볼 시간도 없이 정답의 선택을 강요받는 느낌이었다.

시험관 아기를 할 때도 똑같이 느꼈던 불편함이었지만 내 생각으로부터 내려진 납득할만한 결론의 추론이 필요한데 주입식 교육처럼 수많은 정답과 오답들이 내 생각의 여과장치를 거치지 않고 내 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나는 이내 강한 거부감을 느꼈고 그런 대화들이 오고 갈 때면 많이 불편했다.


하지만 아내는 달랐다.

주변 친구들의 현명한 경험들은 모두 귀담아 들었고 조심해야 할 것들은 마음에 새겼고 의견이 다른 생각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려보냈다.

항상 그렇지만 아내는 나보다 많이 유하고 주변과도 잘 융화되었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는 그래서 대부분 아내의 대처가 항상 더 훌륭했고 반면 내 까칠함은 항상 더 잘 부각되기 일쑤였다.


그래서 주변에선 항상 아내에게 내가 큰아들 같다는 소리도 자주 들었다.


그래도 내 논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아니 고집을 부려서라도 맞음을 증명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들도 결국은 자신의 아이들에 대한 경험을 옮기는 것일 테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역시 결국은 사실 중 일부의 경험일 뿐이며 이는 항상 옳은 정답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부부생활 초기에 아내와 다툼을 겪으면서 배운 사실이지만 100쌍의 부부가 있다면 그 부부들의 문제에 대한 정답은 타인이 아닌 나 스스로로부터 나오곤 했다.

주변의 좋은 방법들은 발생하는 케이스를 미리 참고할만한 정도는 됐지만 답은 오롯이 스스로가 찾아야 했다.

그리고 그 과정은 항상 시행착오와 경험을 필요로 했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도 아내와의 많은 상의를 통해 우리만의 육아 계획을 세우길 바랐고 혹시 중간에 힘든 과정을 겪게 된다면 기꺼이 그 경험도 마다하지 않겠다 생각했다.

그러니 계획도 세우기 전에 일정이 모두 짜인 패키지여행 같은 느낌은 내게는 갑갑함과 의구심 그 이상도 이하도 될 수 없었다.


한 번은 술자리에서 아내와 아이에 대한 걱정을 한가득 듣던 내가 주변과 결국 격양된 목소리를 내곤 아내에게 잔뜩 취해 전화를 한 적이 있었다.

아마 나는 그때 주변 친구들에게


"내가 필요하면 도와달라 이야기할 테니 뭐라 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해주고 과하게 신경 쓰지는 않아줬으면 좋겠다"


는 취지의 말을 했던 걸로 기억하고 아내는 그 이야기를 듣고 속상하면 자리에 더 머물지 말고 돌아오라며 내 생각이 옳으니 신경 쓰지 말라며 힘을 실어주었다.


그리고 그게 나는 눈물 나게 고마웠다.



육아 이후의 삶은 왜 육아 이전의 삶과 같을 수 없을까?

육아를 시작하면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다는데 그 힘겨움의 크기는 사람의 마음먹기에 달린 것은 아닐까?

육아와 함께 희생해야 하는 것들은 외식, 여행, 일상 그리고 부부의 관계 전반인 것이 맞는 것일까?


아내가 임신을 하니 이제는 육아에 대한 내 소신과 육아 중 부부의 결혼생활에 대한 소신도 충분히 밝힐 수 있는 위치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는 육아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지 않겠느냐는 내 반문에 쓴웃음을 많이 보여줬다.


진짜 철없는 소리일 수도 있고 이제 고작 임신한 예비 아빠의 호기로운 패기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 나는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지, 겁이 없어서 그런지, 힘겨운 과정을 충분히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힘겨움은 많이 줄어들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더불어 임신과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는 어쩌면 부모가 너무 과도하게 염려하고 걱정하기 때문은 아닐는지 반문해보게 된다.


아이는 부모가 너무 세세하게 신경 쓰지 않아도 자기 몫을 타고나는 것 일수도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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