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의 첫 소설 <우리 시대에>를 번역하며 느낀 짧은 이야기입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생생한 자기만의 말투가 있습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언제나 조연으로만 살아오신 어머니에게도 당연히 생생한 자기만의 말투가 있겠죠. <우리 시대에>의 일곱 번째 단편 <병사의 집>을 읽으면 10대의 내 모습과 그 곁을 지켜주신 어머니를 다시 생생하게 떠올리게 됩니다.
"Harold," his mother stood in the kitchen doorway, "Harold, please don't muss up the paper. Your father can't read his Star if it's been mussed.”
안타깝게도 모든 출판사들이 어머니의 말투를 살리지 않았습니다. 그 말투를 살리면 너무 어색해지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퇴색됐지만 예전에는 아버지의 물건이 갖는 힘은 대단했습니다. 불가침의 영역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버지의 물건에 대한 어머니의 태도가 은연중에 그의 말투와 단어에 배어있습니다.
“해롤드.” 그의 어머니가 부엌 입구에 섰다. “해롤드, 신문 뒤섞지 말아 줄래. 뒤섞이면 네 아버지가 그의 <스타>를 읽을 수 없잖니.”
좀 더 나아가서 해석을 하자면, 헤밍웨이는 <캔자스시티 스타> 지를 <스타>라고 부르면서 언어유희를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 흩뜨려 놓으면 자신의 별자리를 읽을 수 없다는 뭐 그런 의도인데. 어머니가 그렇게까지 말할까는 의심이 되지만, 원문의 맛을 최대한 살려봤습니다.
*번역한 <우리 시대에>는 와디즈에서 펀딩으로 2023.3.20까지만 판매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