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do Mar 12. 2023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말투

헤밍웨이의 첫 소설 <우리 시대에>를 번역하며 느낀 짧은 이야기입니다

사진: Unsplash의 'Eberhard Grossgasteinger'

나이 어린 사람에게 하는 말이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아직은 이르다는 것인데, 나이가 들면 젊음에 대한 부러움과 시샘으로 그들의 행동을 낮춰보게 되는 걸까요? 영원히 젊을 수만 있다면 그런 말을 들어도 전혀 기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증거는 외모뿐 아니라, 말투에서도 드러납니다. 외모와 나이에 대한 설명보다는 말투를 통해서 한 번에 그의 나이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우리 시대에> 열두 번째 단편 <크로스컨트리에 적당한 눈>에는 유럽에 온 친구 두 명이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타고 헤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둘 다 20대 초반이고 한 명은 결혼을 했습니다. 다른 번역에서는 둘이 ‘~하나?’, ‘~한가?’, ‘~텐가?’, ‘~겠는걸’과 같은 말투를 서로에게 사용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도 ‘boy’ 남자애는 사용하지 않을 말투입니다. 나이가 좀 들고 서로를 배려하는 이상적인 친구 간의 대화처럼 들립니다. 제게는 이 말투까지 누군가의 상상 포장지가 덕지덕지 붙은 의역처럼 다가옵니다.


    헤밍웨이는 이 소설의 주인공인 닉과 그 친구들을 표현할 때 boy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그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man, woman으로 표현합니다. 그는 독립하고 떠돌아다니고 전쟁을 겪고, 전쟁에서 돌아왔지만 여전히 boy입니다. 남자애입니다. 남자애는 그런 말투를 쓰지 않습니다. 배려와 격식이 차려진 말투는 Man의 말투죠. Man과 Boy 사이의 말투를 영원히 사용하고 싶습니다.



*번역한 <우리 시대에>는 와디즈에서 펀딩으로 2023.3.20까지만 판매됩니다.

https://bit.ly/3ZhOjqD

이전 17화 어머니에게도 생생한 말투가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