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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히 Jan 14. 2021

나는 ‘노옵’(노옵션)이다

첫째가 독서실에 공부하러 간다고 집을 나선다. 가방 안에 각종 참고서들을 쑤셔 넣는다. 가방이 금세 빵빵해진다. 낑낑대고 가방을 드는 모습에 나도 한 번 들어본다. 무게가 장난 아니다. 예전 군에 있을 때 완전군장 한 느낌이다.


그냥 공부할 것만 가져가지 뭐 그리 바리바리 싸가느냐 했다. 모르는 소리 말라한다. 이걸 다 봐야 한단다. 독서실에 있는 몇 시간 동안 분명 못 볼 텐데 말이다.


둘째는 생각날 때마다 공부 어떻게 하면 좋겠느냔 질문을 한다.(요즘엔 아빠는 왜 사느냐는 질문까지 한다.)  그럴 때마다 학창 시절 얘기를 해준다. 그러면 ‘지금 세상이 어느 땐데 같은 반응이 나온다. 갑자기 꼰대가 된 기분이다. 하긴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선가 그랬다. 나이 들면 꼰대고.


돌이켜보면 예전엔 선택의 폭이 많지 않다. 수학은 정석, 영어는 성문이었다. 텔레비전 채널도 고작 4개였다. 물론 고등학교 때는 EBS 채널, 그리고 중학교 시절, 영어공부를 핑계로 야한 장면 안 나오나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봤던 AFKN 채널도 있긴 했다.


새해를 맞아 나이키 트레이닝 앱을 깔아놓고 집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앱 안에 여러 운동 코스들이 있는데, 처음엔 아침을 깨우는 요가 같은 운동을 따라 했었다. 동작을 따라 하는데 이건 뭐 무슨 아이돌 춤을 따라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10분 남짓한 시간에 동작이 한 20여 개는 되는 것 같다. 운동은 고사하고 동작 따라 하는데만 급급했다.(워낙에 내 몸이 뻣뻣하기도 하다)


그나마 동작 몇 개 안 되고 가장 단순해 보이는 운동을 힘겹게 찾았다. 지금 하고 있는 코어 운동이다. 말 그대로 코어 운동이니, 정말 기본적인 운동이기도 하겠다.


옵션이 참 풍족한 시대다. 텔레비전을 틀어봐도 채널이 한 100여 개 되는 것 같다. 물론 보는 채널이야 극히 한정돼 있긴 하지만. 언젠가 1번부터 끝번까지 쭉 돌려봤는데, 과장 좀 보태서 손가락이 아플 정도였다.


굳이 텔레비전이 아니더라도 유튜브가 있고, 또 요즘에 뜨는 넷플릭스, 왓챠 등 볼거리 옵션이 어마어마하다. 옵션을 행사하려니 그 많은 옵션을 행사할 여력이 없다.


요즘 아주 흥미롭게 보는 광고가 보건복지부 금연 광고이다. 친구들이 다 담배를 펴도 나는 담배 안 피운다, 나는 ‘노담’(No 담배)이다는 광고다.


옵션은 물론 필요하다. 자장면이냐, 짬뽕이냐 선택의 여지 있어야 한다. 그래도 아주 필요할 때 아니면 가급적 옵션을 줄이려 한다. 그래서 나도 구호 하나 정했다. 나는 ‘노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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