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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히 Dec 31. 2020

우리 집도 신박하게

정리를 잘 못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막 정신없지는 않은데, 사부작사부작 물건을 쌓아놓기는 하는 것 같다. 뭔가 찾으려면 한참을 뒤져야 할 때도 간혹 있다.


그래도 우리 집에선 내가 제일 난 편이다. 적어도 난 어지르지는 않는다. 마눌님과 두 딸은 움직이는 대로 흔적을 남긴다. 특히 두 딸이 심하다. 방에 들어갈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힌다. 이것은 방인가, 쓰레기장인가다.


제 방 늘어놓고 거실 식탁으로 나온다. 제 방으로 잠자러 들어갈 때면 식탁 위가 또 잔뜩 어질러져 있다. 심란하다.


어느 책에선가 그 비싼 집에 쓸모없는 물건들을 모셔놓고 산다 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이사 와서, 처음에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세팅해놓은 상태 그대로 한 5년쯤 돼가는 것 같다.


눈길, 손길 보내지 않은 공간도 꽤 된다. 드레스 룸에 있는 옷들 중에 한 번도 입어보지 않은 옷들이 반 이상일 거다. 아마 우리 집도 물건들을 공경하면서 잘 모셔놓는 축에 속하리라.


새해가 코앞이다. 늘 새해를 맞아 계획을 세운다. 예전에는 계획 따로 생활 따로였는데, 그래도 최근 몇 년 동안은 계획했던 일들을 많이 실천했다. 가장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게 금연, 그리고 올해부터 시작한 운동(달리기)이다.


내년도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세웠던 계획들을 또다시 반복하는 수준이긴 하다. 계획은 이것저것 세우는데 실천이 썩 잘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아메바처럼 단순하게 살자고 이렇게 글까지 쓰고 있는 마당에 올해 신년 계획도 아메바처럼 단순하게 짜기로 했다. 여러 가지 관심 사항 중에 가장 필요한 게 뭘까 생각을 해봤다.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뭐니 뭐니 해도 정리가 필요할 것 같았다.


단순하게는 집안 정리부터 해서 내 휴대폰 속 의미 없는 연락처, 생활 습관까지 확장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집안 정리가 급선무다.


한동안 ‘신박한 정리’라는 프로그램을 즐겨봤다. 공간의 변신이 놀라웠다. 한 며칠에 걸쳐 집중해서 정리를 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럴 짬은 나오지 않을 것 같고, 올해를 그냥 ‘정리의 해’로 정하려 한다.


1년에 한 52주 정도 나오니, 매주 적어도 1시간 정도는 집안 구석구석을 탐험하려 한다. 아마 정리하면서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보물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1주일에 1시간 투자가 그렇게 부담스러운 건 아닐 테고, 아마 52주 정도면 우리 집 곳곳의 정리가 끝날 것 같다. 말이야 1시간인데 정리하다 보면 몇 시간이고 할 것 같기는 하다.


문제는 실천일 텐데, 계획도 단순하게 짠 만큼, 이번엔 ‘아님 말고’ 말고 아메바처럼 단순하게,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실천해 보려고 한다. 목표가 한 가지니까, 모 아니면 도겠는데, 새해엔 모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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