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이 히트를 친 적이 있었다. 어, 내가 되고 싶은 인간인데 하며 대뜸 책을 사서 읽었다. 실은 책 나오기 한참 전부터 난 아침형 인간이 되면 좋겠다 꾸준히 생각을 해왔던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 새벽 4시쯤 일어나겠다고 저녁 10시부터 잠을 자기 시작해서 7시쯤에 일어나는 일을 반복했던 것 같다. 당연히 새벽 4시에 일어나지 못했고, 설사 새벽 4시에 일어났다 해도, 꾸벅꾸벅 졸다가 7시쯤에야 어쩔 수 없이 눈이 말똥말똥해졌던 것 같다.(학교는 가야 하니까) 아침형 인간으로 시간을 확보하겠다는 내 도전은 오히려 잠을 더 많이 자는 계기가 됐다.
그러다 ‘하버드 새벽 4시 반’이라는 책이 또 내 눈길을 끌더니만 최근 김유진 작가의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라는 책이 확 다가왔다.
책 이전에 이미 유튜브를 통해 이 작가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 유튜브 잘 아는 딸아이가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는 변호사가 있다고, 나도 4시 30분에 일어나야겠다고 호들갑을 떤 터였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밥 먹듯 실패했던 새벽 4시 기상, 그리고 ‘아침형 인간’ 때는 뭐 새벽 4시에 일어나기만 하면 부제처럼 인생을 두배로 살 수는 있겠다 싶었지만 굳이 꼭두새벽부터 일어날 필요성이 전혀 없었고, 또 책이 나왔던 당시(2003년) 생활이 새벽 4시에 일어나기 위한 최적화된 생활 패턴이 절대 아니었기에, 새벽 4시는 그냥 딴 세상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김유진 변호사 책을 읽지는 못했지만(내용이야 뭐 책 제목처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난다는 것일 테고, 도서관에서 빌리려 했는데, 아침형 인간이 되려는 사람들이 많은지 다 예약이 완료된 터였다) 김유진 변호사 유튜브 몇 편을 보면서, 그래 이 참에 다시 아침형 인간에 도전해 보자며 알람을 4시 30분으로 설정했다.
알람이 울리던 첫날, 당연히 예상한 대로 4시 30분 기상 실패. 뭐 당연하다 싶었다. 지금껏 그렇게 밥 먹듯 실패를 해왔는데, 성공할 리가 없지 싶었다. 둘째 날, 좀 독하게 마음먹고 4시 30분에 일어나려 했지만, 10분만 더라는 생각에 발목이 잡혔다. 그나마 5시 30분에는 일어났으니 다행.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생겼다. 세 번째 날부턴가, 어찌어찌 눈이 떠졌다. 물론 심봉사 눈 뜨듯 번쩍 눈이 떠지지는 않지만, 어쨌든 일어나는데 성공은 했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기 위해 다양한 도구들을 준비해 놓긴 했다. 좀 흥미롭다 싶은 소설책을 읽다 남겨놨더니, 소설을 읽기 위해 잠이 깨는 신비한 경험을 했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는 일전에 1년 정기 구독한 명상 앱으로 명상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늘 생각만 하고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던 108배 앱도 깔아놨고, 나이키 런클럽 앱에 이어 나이키 트레이닝 앱도 깔아놓고 새벽 홈트레이닝을 하겠다 마음은 먹고 있다.(2021년 새해부터)
중요한 건 새벽 4시 30분 기상을 한 10일 정도 꾸준히 지속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새벽 4시에도 잠을 깼다. 요즘에 루틴하게 하는 일이 몇 가지 생겼는데 새벽 4시 30분 기상도 루틴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걸그룹 트와이스는 어떻게 내가 움직일 수 없게 날 우아 우아하게 만들어 달라는데 나는 요즘 어떻게 내가 잡생각 나지 않게 날 루틴 루틴하게 만드는 작업들을 하고 있는 중이다. 루틴을 많이 만들어놓는 삶이 아메바처럼 단순하게 사는 삶의 방법이 아닐까 싶은 생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