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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 수련

괜찮지 않다

by 틔우머
영화《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자리에 앉는다.

지금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들을 내쉬는 숨에 모두 내뱉는다. 눈물이 흘렀다.


얼마 전 생각과 마음을 비우려 강원도에 다녀왔었다.

스님이 명상 시간에 스스로 손을 얹고 "너 괜찮아?"라고 물어보라 하셨다. 그 한마디를 내뱉자마자 눈물이 미친 듯이 흘러내렸다. 그렇다. 난 괜찮지 않았다.


내 이름을 크게 불러보라 하셨다. 떨리는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더 크게 불러보라 하셨다. 내 목에서 나오는 미세한 진동으로 나의 이름을 부르자 내 존재가 깨어나는 듯했다. 상처받은 내가 아닌 진짜 내가. 이젠 흐느끼기 시작했다.


누구보다도 괜찮은 줄 알았다. 얽히고설킨 마음을 애써 억누르고 있어서 몰랐다.

그렇다.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괜찮지 않다.

하지만 이 감정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감정은 내가 아니다.


스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내 안이 유리처럼 투명하다고 상상해 본다. 슬픔, 상처들이 그 투명한 유리를 통과해 그대로 지나가기를, 여러 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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