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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과 산책 Aug 02. 2023

7. 정글투어

현지 투어의 기술


 끄라비에 머물면서 해보고 싶은 투어를 검색하다 ‘정글투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글투어’라니 이름만으로도 여행자의 호기심과 로망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미리 예약을 할까 하다가 투어 상품들이 워낙 잘 되어있는 태국이니까 현지에 가서 해야겠다 생각하고 이곳에 왔다. 아오낭해변 쪽에서도 투어를 신청해서 할 수 있지만 끄라비타운에 머무는 동안 정글투어를 하는 편이 동선을 그리기에 좋았다. Grab에서 즐길거리를 검색하니 Klook이 연결이 되고 온라인으로 바로 투어를 검색하고 예약할 수 있었다. 여행하기 참 좋은 시대이다. 그런데 아뿔싸! ‘정글 투어를 해볼까’하고 예약을 한 날이 끄라비타운에서 체크아웃하고 아오낭에 체크인해야 하는 날이었다. 오전에 투어를 가면 하루종일 정글을 헤매다가 올 텐데 짐은 체크아웃하고 호텔에 맡긴다 해도, 저녁에 그 숙소에 다시 와서 짐을 들고 아오낭해변으로 이동해야 하는 건 생각만 해도 피곤한 일이었다. 누구를 탓하랴. 날짜를 착각한 내 잘못인 것을. 해결 방법이 없을까 한참을 고민했다. 일단 캐리어를 가지고 정글투어를 할 수 있다면, 투어를 마치고 아오낭해변 숙소로 가면 해결될 수 있는 일이었다. 오히려 숙소이동에 비용을 들이지 않는 꿀팁이 될 수 있었다. 투어 당일 날 아침에 ‘말이나 해보자!’라고 생각하고 고민을 접었다.


 정글투어 당일 날 아침,  만반의 준비를 하고 투어버스를 기다렸다. 버스는 정글투어 참가자들의 숙소에 들러 픽업을 해서 오는 터라 예정시간 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다. 미니버스에서 내리는 선량한 인상의 현지 가이드에게 최대한 해맑게 인사를 했다. "Hi! i'm JUN(안녕 나는 전이야.)"  확인 절차가 끝나고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말을 건넸다. "Can we put our luggage in the tour bus?(우리 짐을 투어 버스 안에 싣고 가도 될까?)" 가이드는 잠시 고민하더니 버스 안의 상황을 확인하고 짐을 실으라고 했다. "Thank you!(앗싸!)" 다행히 ‘말이라도 해보자!’라는 전략이 통했다. 여행에서 이런 순간들은 생각보다 자주 찾아온다. 그때마다 '말이라도 해보자'의 전략은 유용했다. 말 꺼내기가 어렵다면 '아님 말고'전략을 떠올리면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우리는 투어버스 안에 짐을 싣고 정글로 출발했다.


“엄마 우리 소풍 가는 거 같지 않아?”

정글투어를 가는 미니버스 안에서 둘째가 한 말이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현지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작은 버스를 타고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것이 마치 학교에서 친구들과 소풍 가는 것처럼 느껴졌나 보다.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정도를 달려 핫스프링에 도착했다. 뭔가 경험해보지 못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온천물로 채워진 숲 속 수영장도 보이고 따뜻한 물이 샘솟는 웅덩이에는 여행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온천을 즐기고 있었다. 가이드 죠니는 정글 핫스프링에서 약 30분간의 자유시간을 주었다. 다양한 인종, 다양한 나이, 다양한 국적, 다양한 가족 구성을 한 사람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온천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의 두 아들은 '모글리'가 되어 자연 온천탕을 즐겼다.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노곤노곤해지는 기분이었다. 여름의 나라에서 뜨거운 수영장을 경험한다는 것은 겨울 나라에서 빙수를 먹는 것처럼 이열치열의 맛이 있었다.


 다음 코스는 에메랄드풀과 블루풀을 돌아보는 코스였다. 몸을 대충 닦고 다시 버스에 탑승해서 10분 정도 버스로 이동을 하여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공원 입구에서부터 800미터 정도 숲 속에 잘 정비된 데크길을 따라 올라가니 에메랄드 빛깔의 자연 수영장이 나왔다. 숲 길을 걷는 동안 첫째 아이가 슬며시 내 손을 잡았다. 한국에서는 내가 손을 잡으면 냉큼 뿌리치던 사춘기 아이였는데 낯선 곳에 오니 의지할 사람이라고는 엄마뿐이라 생각했는지 어린아이처럼 엄마 손을 잡으러 오는 녀석이 귀여웠다.  

 청크린을 풀어놓은 듯한 블루풀을 보려면 산길로 600미터 더 가야 하는데 아이들이 힘들다며 안 가겠다고 한다. 나는 사진을 찍으러 가고 싶었지만 과감히 포기했다. 아이들만 에메랄드풀에 두고 가면 위험할 것 같고, 블루풀까지 끌고 가자니 가는 내내 툴툴거릴 텐데 그 소리를 듣고 있기도 괴로울 것 같았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에서는 내(엄마)가 원하는 것은 ‘포기’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느꼈지만, 어느 순간에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할 줄 아는 것이 엄마로서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되었다. 무엇보다 엄마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더불어 순조로운 여행(생활)을 위해서. 대신 에메랄드풀에서 실컷 놀았다. 에메랄드풀 바닥은 모래가 아니라 진흙으로 이뤄진 듯했는데 밟는 느낌이 매우 요상했다. 첫째 아이는 바닥에 발이 닿을 때마다 미역이 꿈틀대는 것 같다고 표현했는데 딱 그 느낌이었다. 정글 속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수영장, 에메랄드 빛깔의 수영장에서의 수영은 해 볼만한 경험이다.




정글투어의 마지막 코스는 호랑이 동굴 사원이었다. "호랑이 사원에 가면 호랑이를 만날 수 있을까?" 농담처럼 말했는데 호랑이 사원은 호랑이 대신 원숭이와 개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원의 산 꼭대기까지 1,237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커다란 부처님상을 볼 수 있지만 더운 날씨와 투어 일정상 우리는 산을 오르지 않고 동굴까지만 둘러보았다. 동굴로 가는 길에 wonderland라는 표지판을 보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만날 것만 같았다.


알찬 정글투어를 마치고 우리는 아오낭해변에 있는 세 번째 숙소에 체크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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