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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과 산책 Aug 04. 2023

8. 엄마의 해방일지

호텔 서비스 이용 기술

나의 여행은 엄마가 되기 전과 후로 의미가 달라졌다. 엄마가 되기 전 여행은 나를 찾아 떠나는 자유로운 항해였다면, 엄마가 되고 난 후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여행이라 쓰고 극기 훈련이라고 읽는 경우가 많았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여행은 곧 자유였다.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보고 싶은 것을 보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나만을 위한 오롯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엄마가 되고 난 후의 여행은 그저 자질구레한 집안일로부터 해방되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시간이었다. 더 바라는 것 없이 여행을 간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달리 말하면 나의 여행은 '자유'에서 '해방'으로 진화한 것이다.



호텔 이용의 가장 큰 장점은 make up room 방청소로부터의 해방이다. 여행지에서 외출을 하고 돌아오면 호텔방과 화장실이 깔끔하게 정리 정돈되어 있는데 그 장면은 매번 나에게 감동을 준다. 사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그냥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일상에서도 외출하고 돌아왔을 때 집이 정리되어 있는 걸 좋아해서 나가기 전에 눈에 보이는 곳이라도 대충 정리하느라 분주하게 몸을 움직이는데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매일 팁을 주더라도 호텔처럼 누군가가 치워주면 좋겠다고.

 빨래도 마찬가지다. 누가 해줬으면 좋겠다. "빨래는 세탁기가 해주는 게 아니냐"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자기 손으로 빨래를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모아진 빨랫감을 세탁기 안에 넣고, 세제와 유연제를 부어 빨래를 돌리고, 다 돌아가면 세탁기에서 꺼내어 빨래건조대에 탈탈 털어 널고, 잘 마른빨래는 반듯하게 접어서 옷장에 넣는 것이 빨래의 전 과정이다. 여기서 세탁기가 하는 부분은 '빨래를 돌리고'에 해당하는 부분만이다. 장기 여행에서 빨래는 어느 시점에 어디에서 할지 잘 생각해야 하는 요소이다. 혼자 배낭여행을 했다면 한 일주일정도 여행한 시점에 여행자 거리를 걷다가 보이는 laundry service에 빨래를 맡기겠지만 아이들과 함께한 여행에서는 과감하게 호텔 서비스를 이용한다.  빨래로부터의 해방이다. 사흘 동안 머무는 골든비치호텔에서 그 해방감을 맛보기로 했다. 여행의 질을 위한 나름의 투자라고 생각했다. 양말, 속옷, 타월, 긴바지, 반바지, 원피스, 티셔츠 종류마다 가격이 매겨져 있었다. 꼬질꼬질해진 빨랫감의 가격을 확인해 보니 438밧이었다. '해변에서 타이 마사지를 1시간 동안 받는 가격(400밧)과 비슷하군.' 살짝 고민하다가 손빨래할 수 있는 몇 가지를 빼고 빨래를 맡겼다.    



호텔의 조식 서비스는 여행의 즐거움이자 호텔 서비스의 꽃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세계 여행을 한다면 아침식사 장면만 찍어서 사진집을 내는 것도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 골든비치 호텔은 아오낭해변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어서 바다를 보며 아침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바다를 보며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건 제법 근사한 아침의 요소이다. 커피까지 맛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이지만 골든비치 호텔은 바다 풍경만으로도 충분했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해변을 달리는 사람들, 부지런히 해수욕을 하는 사람들, 책을 읽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아오낭에서 아침식사를 하다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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