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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과 산책 Aug 11. 2023

12. 라일레이 섬으로

숙소 이동의 기술

 라일레이 섬은 태국의 끄라비와 아오낭 사이의 작은 반도이다. 아름다운 해변과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인기가 높아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곳이다. 특히 기암절벽이 있어 암벽 등반가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는 깎아지르듯 험한 산세와 절벽, 맑고 푸른 물빛으로 끄라비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곳이라고 안내한다. 높은 석회암 절벽으로 본토와 차단되어 있어 배로만 접근할 수 있는데 그 사실을 끄라비에 가서야 알게 되었다. 라일레이까지 툭툭이나 택시를 타고 가면 되지 않을까?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엉성한 준비성에 스스로 놀라며 현지에서 검색을 계속했다. 숙소를 옮기기 이틀 전이었다. 아오낭 해변에서 라일레이 섬까지 가는 롱테일 보트를 타고 가면 해변에서 배를 타고 내려야 하는 터라 짐(캐리어)을 머리 위에 올리고 배를 타야 한다고 했다. 안 그럼 몽땅 젖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라일레이에서 2박을 하기 때문에 캐리어는 두고 갈 수도 없었고, 라일레이에서 코리페로 바로 가는 배를 타기로 결정하면서 커다란 두 개의 캐리어를 반드시 라일레이로 가져가야 했다.


 우리가 머물 푸타완리조트 안내 페이지에 프라이빗 배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해서 푸타완라일레이 리조트에 메일을 보내 보았다.

Thank you for your email, please kindly confirm to us have you made payments for these bookings? We can help you arrange for a boat the fee is 3,500 THB

이렇게 답장이 왔다. 3500밧은 한화로 13만 원이다. 나는 답변 감사하다고 다른 방법으로 가겠노라고 메일을 보내고 다시 검색창에 '아오낭해변에서 라일레이 캐리어'를 입력했다. 캐리어를 가지고 라일레이로 가는 방법은 아오남마오 선착장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었다. 친절한 블로거의 안내를 따라 우리는 라일레이로 이동을 했다.



 숙소를 이동하는 날은 아침부터 살짝 예민해진다. 빠진 것 없이 짐을 싸서 체크아웃을 한 이후 다음 숙소에 무사히 체크인하기까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 아오남마오 선착장까지는 호텔에서 택시를 예약했다. 가격은 300밧이었다. 이 정도 가격이면 아이들 데리고 택시를 타는 게 맞다. 약속한 시간에 도요타 SUV가 호텔 앞에 도착했고 우리는 조용하고 인상 좋은 태국 아저씨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편안하게 선착장에 도착했다. 나중에 또 택시를 이용할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조용하고 편안하게 운전하시는 아저씨의 SNS(라인) 아이디도 저장해 두었다. 라일레이 가는 배는 1인당 100밧이었고 10명이 모아지면 출발한다고 했다. 선착장이 조금 덥긴 했지만 10명이 언제 모아질까 기다리는 아날로그 여행의 맛이 있었다. 10명은 생각보다 천천히 모아졌고 배를 타고 라일레이 섬으로 들어가는 것은 생각보다 금방이었다.



 우리는 라일레이 동쪽 선착장에 내렸다. 바닷물에 젖지 않고 짐을 무사히 라일레이 섬에 내려놓았다는 사실이 기뻤다. 숙소까지 찾아가는 다음 미션만 수행하면 숙소 이동은 성공이었다. 지도상으로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걸어가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섬에 내리니 방향도 모르겠고 날씨는 뜨겁고 짐은 무겁고 포장되지 않은 좁은 길을 걸어가려니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나마 아들들이 짜증 내지 않고 엄마를 따라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들들의 더위를 식힐 겸 코코넛 아이스크림 사면서 리조트까지 걸어갈 길을 걱정하는 찰나에 푸타완리조트라고 적힌 셔틀이 눈에 띄었다. "익스큐즈미! 아이 원투 고 푸타완!" 셔틀이 출발할세라 달려가 셔틀을 잡았다. 2시간 간격으로 있는 리조트 셔틀이었는데 우리가 셔틀을 타게 된 건 그야말로 행운이었다. 셔틀을 타고 신나게 리조트까지 올라왔다. 이 길을 걸어 올라와야 했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오늘의 미션인 '숙소 이동'은 준비한 것보다 성공적이었다. 다행이었다. 아니 행운이었다.


 아이들과 여행할 땐 엄마는 1인 5역 정도는 되는듯하다. 가이드였다가, 통역사였다가, 짐꾼이었다가, 사진사였다가, 중재자였다가, 플레이메이트였다가, 심부름꾼이었다가 변화무쌍하게 역할을 바꿔야 한다. 숙소를 이동하는 날에는 이 역할을 총망라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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