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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과 산책 Aug 15. 2023

14. 여행의 권태기가 찾아올 때면

권태기 극복 기술


 연인 사이에 혹은 부부 사이에 권태기가 찾아오는 것처럼 여행에서도 권태기가 찾아온다. 근사한 풍경을 만나도 놀랍지 않고, 새로운 맛을 맛보아도 신선하지 않고, 그토록 바라던 일들이 피곤으로 다가오는 시기. 모든 것이 시큰둥해지는 시기가 찾아오면 집에 가고 싶어 진다.  

 


 여행 일주일째, 아이들은 여행에 권태를 느끼는 듯했다. 어쩌면 여행의 피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암절벽에 둘러싸인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는 일이 더 이상 신나지 않고, 원숭이가 고양이들처럼 어슬렁거리는 풍경이 놀랍지도 않은 듯했다. 바다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라일레이 해변도 겨우 사정사정해서 끌고 나갈 수 있었다. 해변에서는 해가 질 때까지 모래를 파고 헤엄을 치고 놀았지만 호텔로 돌아와서는 해변의 물놀이가 지겹다고 했다. 라일레이 섬 푸타완리조트의 가장 좋은 점은 포근한 침대라며 침대에서 도무지 내려올 생각을 않는다. 침대 위에서 피식 대학을 보는 게 재미있고 마인크래프트로 호텔을 짓는 일에 시간을 썼다. 낯선 풍경이 아닌  wifi를 찾아다니는 어린이들이 되었다. 아이들은 서울이 그립고 떡볶이가 먹고 싶고 짬뽕이 생각나는 시기를 지나고 있었다.



 여행의 권태기가 찾아온 아이들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권태기를 극복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피곤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도 여행의 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그대로 두는 것이 최선이었다. 대신 한국으로 돌아가면 제일 먼저 뭐가 먹고 싶은지 침대 위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낄낄거렸고, 한국으로 가고 싶은 데 가기 싫은 기분이 든다는 첫째 아이의 일기에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저 마음을 나누는 것이 최선인 시기도 있는 것이다.


 살면서 지나게 되는 여러 시기들이 마치 미리 보기처럼 여행에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축제와 같은 시기를 지나기도 하고,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를 보내기도 하고, 모든 것이 시큰둥해지는 권태기를 만나기도 하는 것처럼 사는 일도 여행하는 일도 비슷하게 겪는구나라는 생각. 그래서일까. 이 여행을 잘하고 나면 왠지 아이들과 더 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사춘기와 나의 갱년기를 준비하는 마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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