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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과 산책 Aug 18. 2023

16. 태국의 몰디브

코리페 섬으로 가는 기술


 끄라비에서 머물면서 빈칸으로 남겨두었던 일주일을 ‘태국의 몰디브’라고 하는 코리페(koh lipe) 섬으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태국 남부 끄라비로 여행계획을 세우면서 피피섬이나 끄라비 인근의 조용하고 작은 섬으로도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나는 남쪽 섬들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학교에서 같이 근무하던 원어민 강사와 이야기하던 중에 그가 태국 남부 여행을 자주 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에게 추천받은 섬이 코리페였다. 그는 코리페가 조용하고 아름다운 섬이지만 끄라비에서 가려면 스피드보트를 타고 5시간 이상을 가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기에 적합할지는 모르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스피드보트를 타고 5시간이라니 나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이 망설임이 일주일의 시간을 빈칸으로 남겨두고 여행을 시작한 이유였다.

 말라카 해협에 위치해 있는 코리페는 말레이시아 국경과 가깝게 있는 태국의 남쪽 끝 섬이다. 푸껫이나 끄라비에서 배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말레이시아와 가깝게 있는터라 랑카위에서 배를 타고 코리페를 찾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았다. 아오낭 해변에 있는 여행사에 들러 코리페 섬을 갈 수 있는지 물어보니 미니밴을 타고 몇 시간 가서 다시 배로 갈아타고 코리페를 갈 수 있다고 했다. 한 번에 가는 스피드 보트는 없다고 했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움직여야 하고 짐도 많다 보니 환승 없이 한 번에 가고 싶었다. 대안으로 코리페가 아닌 다른 섬으로 가는 것도 생각했는데 태국 현지인들에게 "다음 일정으로 코리페를 생각하고 있어."라고 말할 때마다 돌아오는 반응이 "오! 좋은 곳이야!"라며 눈이 반짝거리는 걸 보니 그곳이 더욱 궁금해졌다. 아이들과 아오낭 해변을 걷다가 마트 앞에 간이로 만들어진 여행사 테이블에 앉아있는 아주머니에게 코리페 가는 스피드보트가 있는지 기대 없이 물어보았다.

"응! 있어!"

"정말? 있다고?!"

 기대 없이 물어보았는 데 있다고 해서 당황할 정도였다. 우리는 라일레이섬에서 2박을 해야 해서 혹시 라일레이에서 바로 갈 수 있는지 물어봤더니 그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코리페행 스피드 보트 티켓을 샀다. 비싼 돈을 내고 표를 샀는데 배가 안 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있었지만 그녀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 영수증도 받고 그녀의 라인(태국 분들은 대부분 라인을 사용함) 아이디도 추가하고 일단 라일레이 섬으로 들어갔다.


라일레이에서 코리페로 가는 스피드보트 요금은 성인 2, 아이 1 (12살 이상은 성인 요금) 이 5200밧(한화 190,000원)이었다.  라일레이에 2박 하면서 여행사를 기웃거렸는데 Tiger line speed boat 시간표가 있었다. 들어가서 물어보진 않았지만 라일레이에서도 코리페 가는 표를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코리페로 이동하는 날 아침, 밥을 든든히 먹고 약속한 시간인 11:00보다 일찍 라일레이 동쪽 선착장에 도착했다. 여행 중에는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선착장을 오고 가는 여행자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11:00시가 되어도 배를 타라는 말이 없으니 불안해서 표 받는 분들에게 계속 물어보았다. 돌아오는 말은 기다리라는 말 뿐이었다. 11:15 흰색 민소매를 입은 남자가 선착장으로 걸어왔다. 왠지 우리가 탈 배의 선장님이라는 직감이 왔다. 직감대로 우리는 그를 따라 생각보다 작은 배에 올라탔다. 크루즈 배를 상상한 건 아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작은 배였다. 문제는 자리를 잡으러 배 안쪽으로 들어가니 이미 배 안은 짐과 사람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었다. 상상 그 이상이었다. 이렇게 5시간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당장이라도 배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그 배에 사람들을 또 태우고 섬 어딘가에서 또 사람을 태우는데 그야말로 어메이징 타일랜드였다. 작은 배 안에 마주 앉은 사람들과 당황스러운 눈빛을 교환하며 어깨를 으쓱할 뿐 낑겨 앉은자리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많은 사람을 태운 작은 배는 코란타 섬에 멈추고, 우리는 조금 큰 배로 갈아탔다. 살 것 같았다. 짐은 선원들이 알아서 옮겨주어 배를 갈아타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짐을 옮기는 동안 재빠르게 화장실을 해결하고 도넛을 사서 배를 채웠다. 코리페로 가는 길은 매 순간이 퀘스트를 수행해야 하는 극기훈련에 가까웠다. 배를 옮겨 타고 자리가 넉넉해져서 편하게 앉아 갈 수 있었는데 뒤쪽에 앉았더니 모터소음 때문에 고막이 터질 것 같았다. 청력 손실이 올 수 있다고 애플워치는 부지런히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오전 11시에 라일레이를 출발한 우리는 말라카해협을 지나 오후 4시 반 정도에 리페섬에 도착했다.  지칠 대로 지친 우리 앞에 펼쳐진 코리페 섬은 마침내 도착한 푸르른 미지의 섬이었다.



https://www.instagram.com/reel/CnerN6AJFf0/?igshid=MzRlODBiNWFlZA==


아오낭으로 돌아갈 때는 코리페에서 pacbara로 배를 타고(1시간30분) 미니밴으로(4시간) 갈아타서 아오낭으로 돌아왔다. 아오낭 숙소까지 태워주니 좋았다. 피로도도 스피드보트보다 덜했다. (가격도 3인 3600밧으로 가격도 싸게!)  언젠가 또 기회가 되어 코리페를 가게 된다면 미니밴+보트를 선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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