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효 - 민들레
"사랑해요."라는 말.
조금 자란 초등학생 때, "사랑해."라는 말이 가진 힘에 대해 문득 자각하게 되고, 그 말을 선뜻 건네지 못하게 된 어느 순간이 있었다. 사춘기가 와서였을까. "사랑해."라고 말하면, 마음이 너무나 뜨거워져서 당황하게 되고, 그렇게 당황하는 나의 모습, 빨개진 나의 얼굴, 그런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인지 자꾸 어디론가 숨고 싶어했다. 그 때는 몸과 마음이 자라나는 시기이고, 뭐든 호기심이 생기고, 의욕이 생기는 그런 시기였으니까, 인생에 있어 가장 뜨거운 시기였으니까. 굳이 "사랑해."라는 말로 마음을 덥히지 않아도 마음이 충분히 뜨거웠기 때문에, 그런 온기를 부담스러워했던 것 같다. 그래서 굳이 입 밖으로 잘 내려고 하지도 않고, 누군가에게서 전해져오는 "사랑해."라는 말에는 낯뜨거워했다.
생각없이 플레이리스트의 셔플에서 제 차례가 되어 나온 노래가, 삶의 1인칭에서 배경으로 깔려 있다가 갑자기 삶의 중심으로 툭 튀어나와 나의 마음을 직격하는 그런 순간이, 이 곡을 듣는 동안에 있었다. "사랑해요 그대, 있는 모습 그대로." 순간 내 마음이 화악 뜨거워졌다. 이 곡이 이런 가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안 것도 아닌데, 평소에는 느끼지 못한 마음의 열기를 느꼈다. 보이지 않는 쪽에서 뻗어와 뺨에 닿은 차가운 손이 눈에 보이는 쪽에서 닿아오는 것보다 훨씬 차갑게 느껴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일까. 그런데 그렇게 한껏 내 마음을 달군 온기가, 어린 시절의 그때처럼 나를 당황하게는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다. 오히려 그 따스함이 좋아서, 이 온기가 내 마음에 계속 남아있었으면, 생각했다. 온기가 지나간 자국을 보며 생각했다. 내 일상이 많이 차갑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온기가, "사랑해."라는 말이, 지금 내게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 손 잡을까요
지난날은 다 잊어버리고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우리 동네에 가요
편한 미소를 지어 주세요
노란 꽃잎처럼 내 맘에
사뿐히 내려앉도록
바람결에 스쳐 갈까
내 마음에 심어질까
무심코 내딛는 걸음에
아파하며 돌아설까
구겨진 잎사귀라도
예쁜 책에 꽂아놓고
너에게 주고만 싶어요
사랑을 말하고 싶어
사랑해요 그대
있는 모습 그대로
너의 모든 눈물
닦아주고 싶어
어서 와요 그대
매일 기다려요
나 웃을게요 많이
그대를 위해 많이
많이 웃을게요
우리 손 잡을까요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오늘은 안아줘요
널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제는 춤을 춰요
왜 왜 자꾸 멀어지려 해
우리 동네에 가요
왜 왜 자꾸 놓아주려 해
놓아주려 해
바람처럼 사라질까
내 마음을 채워줄까
시간마저 쉴 수 있는
나의 집이 되어줄까
빗물이 나를 적시고
눈앞을 흐리게 해도
나는 너를 보고 싶어요
너와 함께 하고 싶어
사랑해요 그대
있는 모습 그대로
너의 모든 시간
함께 하고 싶어
어서 와요 그대
같이 걸어가요
웃게 해줄게요
더 웃게 해줄게요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