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연애를 시작한다며 내게 전해온 고백에, 나는 머리가 멍해졌다. 질투가 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두 사람이 커플이 되었기 때문이다. 기분이 좋았다. 친한 친구가 연애를 시작했다는 것이. 그리고 친구의 상대방도 좋은 사람인 것 같다는 것이. 그리고 둘이 너무 잘 어울린다는 것이. 너무 많이 신나 한 모양이다. 친구가 내게 "너 진짜 기분 좋은가 보다?" 하고 물어올 정도로 나는 너무 밝게 웃고 있었다.
고백하건대, 이십 대 초반에 누가 연애를 시작한다는 말을 듣고 건넨 축하는 오롯이 진심만은 아니었다. 누가 연애를 시작한다는 것은 축하받아 마땅한 일이니까, 축하해준 것은 진심이지만, '나는 연애 못 하는데, 남들은 잘도 연애하네.'하는 생각을 마음 한 편으로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즈음은 누가 연애를 한다고 하면, 아니 썸만 탄다는 말만 들어도, 너무 신이 난다. 진심으로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고, 잘 되었다고 하면 내 일처럼 기쁘다. 왜 그렇게 기뻐하게 된 걸까, 문득 생각하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커플들이 주로 추운 계절에 많이 헤어진다는 말을 들었다. 별로 신빙성이 없는 것 같긴 하지만, 개연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추울수록 마음이 얼어붙게 되니까, 여유가 없어지게 되니까. 그와 반대로 따뜻해지는 봄이 되면 꽃봉오리가 벌어지듯 마음이 녹아서, 주변에 마음을 열게 되는 것처럼, 추운 계절에는 마음이 움츠러드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어떤 커플들은 많이 헤어지고 마는 이 추운 계절에, 커플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니 더욱더 극적이고, 소중하고, 감격적이랄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지금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지나고 있는 인생의 이 시기도 추운 시기가 아닐까, 거기에까지 생각이 닿게 되었다. 대학교를 졸업하는 시기, 취직을 준비하는 시기. 인생의 가장 추운 시기의 어느 1년, 그중에서도 가장 추운 계절에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친구여서인가, 감격적이었고,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사랑을 시작하기엔 추운 때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기쁘고, 더 축하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