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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진미 Mar 16. 2022

맛있는 감자튀김의 비법

간식 이야기 

 

부엌에 머물다 보면 뜻밖에 배움의 기회를 얻는다. 습관처럼 반복되는 일이지만 어떤 재료로 요리하느냐에 따라, 때로는 상상했던 것보다 더 놀라움을 주는 맛을 경험하는 날이 그랬다. 가끔 이런 기분이 드는 날이면 음식을 준비하는 일이 즐겁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하루를 사는 썩 괜찮은 과정으로 다가온다.     


집에 있는 엄마의 관심 목록에서 중요한 가지를 이루는 건 가족이다. 특히 평일 낮 시간대에 아이들과 함께라면 이들의 희망 사항을 잘 접수해서 만족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아마도 핵심은 간식이 아닐까 싶다. 본 식사를 하기 전에 출출함을 달래는 것이지만 때로는 삼시 세끼보다 신경 쓰인다.    

 

빵과 과자, 과일 세 종류가 간식의 대표적인 범위에 들어간다. 여기에서 파생되어 직접 만든 무엇이 더해진다. 새롭고 맛있는 걸 바라는 건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똑같다. 매일 아이들은 잘 먹고 있다는 생각에 무얼 그리 ‘맛있는 것’을 찾는지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지금은 내 앞에 놓인 문제 해결이 우선이다.      


냉장고 문을 열어 살펴도 눈에 들어오는 게 없다. 다용도실로 들어가 보는데 감자가 있다. 이날의 주인공은 이 녀석으로 하기로 했다. 무얼 할까 고민하다 감자튀김으로 낙점했다. 무엇을 만든다고 할 것도 없다. 감자를 씻고 썰어서 기름에 튀겨내는 게 전부다. 감자 네 개를 가지고 와서 바로 그것을 만들었다. 기름 냄새가 아이들 방까지 흘러가는 모양이다.

“엄마, 맛있는 냄새나는데?”

부엌 옆에 있는 방에서 놀던 막내가 한껏 부푼 얼굴로 나온다.    

엄마표 감자튀김

달궈진 기름에 스틱 모양으로 썬 감자를 넣고 튀기다 젓가락으로 꾹 눌러서 익었는지를 확인한다. 5분 정도가 지나니 감자가 벌써 부드러워졌다. 겨울 햇감자라 금세 익는다. 여기에 케첩을 작은 접시에 놓고 아이들을 불렀다. 맑은 감자의 빛깔이 참 곱다. 붉은색 케첩에 콕 찍으면 새콤달콤한 맛이다. 

     

엄마표 간식. 어찌 보면 참 별것 아니다. 마트에 가면 모양마저 일정한 냉동 감자를 쉽게 구할 수 있다. 그것을 가지고 에어프라이어 구워내는 방법도 있다. 집에 이것이 준비되어 있지도 않고 내 손으로 만들어야 할 것 같은 책임감 같은 게 맴돌아 직접 나섰다. 감자튀김 접시를 중심으로 앉은 아이들은 최고의 호평을 쏟아낸다. 다음에도 꼭 해달라고 한다.

“어려운 것도 아닌데 뭘. 알았어. 다음에도 먹자.”

최근까지 두세 번 이것을 만들어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감자만 있다면 누구나 가능한 요리 같다. 요리의 난이도로 치자면 가장 쉬운 단계인 ‘하’ 정도가 적당하다. 감자의 담백함에 기름이 더해지면 고소함이 최고조에 이른다. 언젠가 찐 감자의 담백함이 주는 솔직함에 감동했다면, 감자튀김은 세련되고 화려한 분위기다. 케첩이 있어 멋스럽다.      


만들고 먹기까지 삼십 분이 채 안 걸렸다. 그냥 흘려보내도 무리가 없을 시간이다. 그때 감자로 만든 간식은 아이들과 나를 들뜨게 했다. 감자튀김은 어제와 다른 조금은 특별한 음식이어서 좋았다. 작은 수고로움은 집에 활기찬 에너지를 몰고 왔다. 아이들 얼굴에 생기가 도니 나 역시 없던 기운이 생기는 느낌이다.    

  

어쩌면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음식은 특별한 게 아닐 수도 있다. 가끔 어머니의 청국장이나 된장찌개가 그립다는 유명 인사의 인터뷰를 접한다. 그들의 머릿속에 기억되는 건 자주 먹기 힘든 근사하고 대단한 게 아니었다. 삶의 한 편에서 만났던 누군가와 함께했던 음식이었다. 엄마의 시간 속에 그들이 함께 한다.     


집에서 음식을 만드는 일은 내가 분주히 움직이여야 가능한게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시선을 돌려 바라보면 다른 식구들 역시 기다리고 맛있게 먹어주기에 이들 또한 아주 작은 것이라도 보태는 일이라 생각된다. 아이들은 부엌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등을 보인 엄마의 모습을 스쳐가며  시간이 흐른 후에 음식 한 그릇에 담겨 나올 마음의 깊이를 헤아리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엄마의 음식에 깃들었던 풍경들을 떠올린다. 오롯이 감자의 깊은 맛을 느끼게 하는 비법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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