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와 사과 그리고 치즈

타인의 부엌을 통해 배우다

by 오진미



매일 먹는 밥을 조금 달리했더니 뜻밖의 즐거움을 얻었다. 내가 먹은 밥은 토마토와 사과, 모차렐라 생치즈였다. 허기진 것도 아니고 날은 더운데 뭔가를 먹어야 다시 오후를 준비할 힘이 생길 것 같다. 몸을 가볍게 하고 싶단 생각에 끼니를 건너뛰면 안 된다. 몇 시간 혹은 몇 분 후에 폭식하게 된다는 걸 그동안 경험으로 배웠다.

며칠 전 요리 블로거의 레시피를 따라 해 보기로 했다. 이미 알고 있는 샐러드지만 모양을 달리했을 뿐인 요리였다. 잘 익은 토마토 하나를 씻고는 꼭지를 떼어내고 적당한 간격으로 칼집을 내었다. 여기에 얇게 썬 사과와 치즈를 사이사이에 꽂아두었다. 즐겨 먹는 발사믹 식초와 올리브유, 매실청을 아주 조금 섞어서 소스를 만들고 이것을 그대로 위에 끼얹는다.


접시에 토마토 하나가 덩그렁 있고 위에는 무언가가 끼워진 모습이 회오리 감자가 연상되었다. 로즈메리 잎 하나를 따서 올렸다. 붉은색에 초록이 더해지니 싱그럽다. 오랜만에 나이프와 포크를 들어 토마토와 사과, 치즈가 한데 어울리게 썰어서 입안으로 넣었다. 분명 어제도 먹었던 토마토인데 다르다. 다단한 과육에 사과의 달콤하면서도 아삭함, 치즈의 부드러움이 어울렸다. 쫀득하면서도 고소하고 가볍지만 깊은 풍미다.

토마토와 친구들

모르는 이의 아이디어를 살짝 옮겨왔다. 블로그에 있던 레시피에 사과를 더했을 뿐인데 생각보다 만족스럽다. 둥글게 썰었던 토마토를 덩어리로 활용한 것뿐이었다. 아주 작은 차이가 만들어 준 건 부푼 솜사탕만큼의 행복한 결과였다.


매일 밥을 한다. 국과 찬을 준비하는 일이 중심을 이룬다. 너무 익숙해져서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고 시도하기를 잊어버렸다. 그러면서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말한다. 매일 채 썰기나 반달 썰기를 했다면 어느 날은 통째로 요리해 보거나 아주 엉뚱한 모양으로 음식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요리가 새로워질 수 있을 것 같다. 조각내어 먹던 토마토를 오롯이 하나로 접시에 올리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다른 이들의 부엌을 살짝 엿보는 일은 종종 훌륭한 결과를 만든다. 그들의 내공이 담긴 레시피를 내 부엌으로 옮겨와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경험하지 않았던 한 그릇이 자연스럽게 탄생한다. 토마토를 통해 알게 될 무궁무진한 세계를 살짝 엿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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