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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때 맞춰야 열린다”… 파도가 빚은 비밀 해식동굴

물때 맞춰 열리는 비밀의 문

by telltrip
taean-padori-beach-sea-cave-tide3.webp 파도리해수욕장 해식동굴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충남 태안군 소원면에 자리한 파도리해수욕장은 모래사장 대신 동글동글한 몽돌이 해안을 가득 메운 독특한 풍경으로 유명하다. 파도가 밀려왔다가 다시 빠져나가며 수만 개의 돌멩이가 부딪칠 때 나는 청아한 ‘차르르’ 소리는 이곳만의 특별한 배경음악이다.


햇살을 받으면 붉은빛이 감도는 차돌과 해옥이 영롱하게 반짝이며,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다른 해수욕장과 확연히 다른 감각을 선사한다.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진 해식동굴

taean-padori-beach-sea-cave-tide2.webp 해식동굴 / 사진=태안군 관광 공식블로그

해변의 오른쪽 끝에는 파도리의 진짜 매력이 숨어 있다. 바로 드라마 환혼의 배경으로 등장해 주목받은 해식동굴이다. 두 개의 작은 굴이 절묘하게 이어져 마치 자연이 만든 액자처럼 바다와 하늘을 담아내는 이곳은 사진가들에게는 ‘인생샷 명소’로 불린다.


특히 석양 무렵 동굴 안에서 밖을 바라보면 인물의 실루엣과 붉게 물든 서해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장면이 완성된다.



물때가 허락해야만 열리는 길

taean-padori-beach-sea-cave-tide1.webp 파도리해수욕장 / 사진=태안군 관광 공식블로그

하지만 이 신비로운 풍경은 아무 때나 허락되지 않는다. 동굴로 향하는 길은 오직 간조(물이 가장 빠진 시간) 때만 드러난다. 만조 시에는 동굴과 주변 갯바위가 모두 물에 잠겨 접근이 불가능하며, 무리하다가는 고립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방문 전 반드시 ‘바다타임’ 등 해양 정보 사이트에서 물때를 확인하고, 간조 시간 전후 2시간 이내에 움직이는 것이 안전하다.



지질이 빚어낸 수만 년의 예술

taean-padori-beach-sea-cave-tide5.webp 태안 파도리해수욕장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파도리 해안은 중생대 쥐라기에 형성된 화강암 지대를 기반으로 한다. 오랜 세월 파도의 침식 작용이 단단한 암석을 깎아내며 지금의 절벽과 동굴을 만든 것이다.


짧은 사진 한 장이 사실은 수만 년의 시간과 지질의 힘이 빚어낸 작품이라는 점에서, 동굴 앞에 서는 경험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조용히 즐기는 태안의 숨은 보석

taean-padori-beach-sea-cave-tide4.webp 파도리해수욕장 해식동굴 모습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파도리는 만리포나 몽산포처럼 대규모 백사장과 편의시설로 북적이지 않는다. 대신 고즈넉한 자연의 원형을 간직한 채, 찾는 이에게 깊은 사색과 특별한 사진을 선물한다.


주차장이 무료로 운영되어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는 점도 매력이다. 다만, 미끄러운 몽돌과 날카로운 굴 껍데기가 많으니 반드시 아쿠아슈즈나 운동화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여름이 끝나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지금, 파도가 연주하는 몽돌의 교향곡과 함께 자연이 허락한 비밀의 동굴을 만나는 건 어떨까. 오직 시간을 맞춘 이들에게만 열리는 문이 열리는 순간, 당신은 태안에서 가장 특별한 추억을 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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