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과 동요가 살아 숨 쉬는 핑크뮬리 마을
가을이면 전국이 핑크뮬리로 물들지만, 경기도 평택의 바람새마을은 조금 다르다. 단순히 분홍빛 억새가 만드는 몽환적인 풍경을 넘어, 오래된 전설과 동요의 배경이 된 이야기를 품은 살아있는 마을이기 때문이다.
진위천 나루터 ‘다루지’에 전해 내려오는 다라와 고비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 그리고 이오덕 선생이 아이들과 함께 쓴 동요 ‘노을’의 서정이 이곳의 바람과 함께 흘러간다.
바람새마을의 본질은 ‘농촌체험휴양마을’이다. 주소는 평택시 고덕면 새악길 43-62로, 사계절 내내 생태 학습과 체험 활동이 이어지는 공간이다.
매년 9월 하순부터 11월 중순까지는 핑크뮬리 축제가 열리는데, 특히 10월 초중순에는 분홍빛이 절정에 달한다. 햇빛 각도에 따라 색이 진해졌다 옅어졌다를 반복하는 풍경은 마치 대지가 그리는 한 편의 그림 같다.
마을을 찾을 때는 옆의 평택 소풍정원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무료로 개방된 이곳에 차를 대고 정원을 산책하며 가볍게 가을을 예열한 뒤 바람새마을로 이동하면 두 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입장권은 카페 건물이나 무인 발권기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요금은 성인 3,000원(36개월 미만 무료)이다. 주말에는 카드 결제 대기줄이 길어질 수 있으니 현금을 준비하는 것이 편리하다.
정원에 들어서면 핑크뮬리가 펼쳐진 들판 속에 감각적인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어 어디에서든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단순한 꽃 감상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농촌·생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되므로, 방문 전 홈페이지를 확인하거나 사무실(031-663-5453)에 문의하면 더욱 알찬 여행이 된다.
올가을, 스쳐 지나가는 유행처럼 소비되는 핑크뮬리가 아니라, 역사와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진짜 분홍빛 풍경을 찾고 싶다면 평택 바람새마을이 정답이다. 바람 따라 일렁이는 꽃물결 속에서 전설 같은 추억을 새기고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