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꼭 가봐야 할 트레킹 코스
강원도 양구의 DMZ펀치볼둘레길은 수많은 산책로와는 차원이 다르다. 단순한 입장료가 아닌 ‘예약’과 ‘신분 확인’을 통해서만 걸을 수 있는 길. 그만큼 귀하고 제한된 경험이기에, 걷는 순간이 더욱 특별하다.
이곳에서는 6.25 전쟁의 흔적과 DMZ가 지켜낸 생태계가 같은 능선 위에서 공존한다. 가을에 꼭 가봐야 할 트레킹 코스로 손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펀치볼둘레길은 현장 접수가 불가능하다. 반드시 산림휴양 통합플랫폼 ‘숲나들e’에서 최소 4일 전 온라인 예약을 완료해야 한다. 이용료는 무료지만, 민통선 안쪽으로 들어가는 만큼 탐방객 전원은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또한 숲 해설사의 인솔 하에만 트레킹이 가능하며, 매주 화요일은 정기 휴무일이다. 예약이 확정되면 출발 전 안내 문자를 반드시 확인해야 안전한 여정이 보장된다.
둘레길은 네 가지 코스로 나뉘며, 각각의 풍경이 다르다. ‘오유밭길’은 군 작전로와 폭포, 계곡을 따라 숲의 변화를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어 가장 인기 있는 코스다.
약 4시간이 소요되지만 완만해 초심자도 도전하기 좋다. 분단의 현실을 느끼고 싶다면 북녘을 조망할 수 있는 ‘평화의 길’을, 전통적인 마을 풍경을 원한다면 ‘만대벌판길’을 선택하면 된다.
어떤 코스를 고르든, 가을 숲의 매력을 만끽하는 동시에 해설사의 안내로 숲과 역사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펀치볼둘레길은 단순한 트레킹 코스가 아니다. 이 땅은 한때 치열한 격전지였지만, 지금은 천연기념물 열목어와 금강초롱 같은 희귀 생물이 살아 숨 쉬는 생명의 터전이다.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수억 년의 지질학적 시간과 70여 년 전 전쟁의 시간을 동시에 밟아 나가는 듯한 묵직한 울림이 전해진다. 숲속에서 느낀 분지의 풍경은 전망대에 오르면 하늘 시선으로 확장되어, 금강산 비로봉까지 이어지는 장대한 파노라마로 완성된다.
펀치볼은 단단한 산지가 부드러운 분지를 감싸 안은 ‘땅의 그릇’ 같은 지형이다. 그 속을 걷는 둘레길은 자연의 위대함, 전쟁의 상흔, 그리고 평화를 향한 염원을 동시에 품고 있다.
올가을, 숲나들e 예약 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 누구나 갈 수 없는 길 위에서 역사와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직접 걸으며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