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위 법당"… 붉게 물든 침묵의 시간
단풍 아래 피어난 오층 대법당
단양 구인사 항공 / 사진=단양 공식블로그‘좋아요’의 시대, 수많은 풍경이 SNS 속에서 흘러가지만, 데이터가 직접 증명한 진짜 인기 여행지는 따로 있다. 2021년 한국관광공사가 인스타그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국의 쟁쟁한 명소를 제치고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장소는 다름 아닌 단양 구인사였다.
하지만 이곳의 진가는 단순히 화려한 사진 한 장에 담기지 않는다. 소백산 자락 좁은 계곡 안에 하늘을 향해 층층이 솟은 거대한 사찰 건축군, 그리고 그 속에 살아 숨 쉬는 수만 명의 신도들. 구인사는 사찰을 넘어 하나의 ‘영적 도시’라 불러야 마땅한 곳이다.
단양 구인사 단풍 명소 / 사진=단양 공식블로그충청북도 단양군 영춘면 구인사길 73에 자리한 구인사는 대한불교천태종의 총본산으로, 1945년 상월원각 대조사가 창건했다.
가파르고 협소한 산세 때문에 건물을 옆이 아닌 위로 쌓아 올린 독특한 구조 덕분에, 구인사를 오르는 여정은 일종의 ‘수직 순례’라 불린다.
입구에서부터 정상까지 이어지는 길에는 30여 동의 불교 건축물이 계곡을 따라 병풍처럼 늘어서 있어, 한 걸음 오를 때마다 새로운 전각과 풍경이 맞이한다.
구인사 가을 절경 / 사진=단양 공식블로그승용차를 가져왔다면 주차요금은 1일 3,000원. 경내 중심부까지는 상당한 오르막길이 이어지므로, 입구 터미널에서 사찰의 실질적인 시작점인 사천왕문까지 운행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셔틀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운행되며, 특히 노약자나 어린이 동반 방문객에게 큰 도움이 된다.
셔틀에서 내려 사천왕문을 통과하면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압도적이다. 총무원과 인광당 등 주요 건물을 지나 오르막길을 따라가면 구인사의 상징인 오층 대법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구인사 단풍 / 사진=ⓒ한국관광공사 강윤구1980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국내 최대 규모의 법당으로, 최대 1만 명이 동시에 법회를 볼 수 있다. 하얀 석재 외벽 위로 가을 단풍이 물결치듯 덮이는 순간, 인간의 손과 자연의 색이 완벽히 어우러진 장면이 완성된다.
하지만 구인사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웅장한 건축물만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양간’의 따뜻한 식사 경험이 또 다른 감동을 전한다.
신도는 물론 일반 방문객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 사이, 향적당에서 무료로 점심 공양을 받을 수 있다. 직접 음식을 받아 남김없이 먹고, 그릇을 씻어 반납하는 과정까지가 이 특별한 불교 문화 체험의 일부다.
구인사 가는길 / 사진=ⓒ한국관광공사 강윤구모든 전각을 둘러보고 대조사전에 오르면,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진정한 구인사의 정수다. 붉게 물든 소백산의 단풍 능선 아래, 회색빛 현대식 건물들이 포개진 풍경은 이질적이면서도 신비롭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구인사는 단풍으로 덮인 거대한 산중 도시로 변모한다. 데이터가 인정한 ‘좋아요 1위’의 명소이자, 마음의 평화를 선사하는 영적인 공간이다.
화려한 색의 향연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요히 마음을 비우는 시간, 올가을, 단양 구인사에서 진짜 힐링의 의미를 만나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