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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 붉은 길”... 단풍에 물든 드라이브 명소

5060 드라이버들이 반한 명소

by telltrip
hanusan-mountain-drive-uiryeong1.webp 의령 한우산 색소폰 도로 / 사진=의령군 공식블로그 박은희

가을이 깊어지면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쯤 단풍길을 품게 된다. 그중 경남 의령의 한우산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명품 드라이브 코스로, 많은 여행자들의 버킷리스트에 오르는 곳이다.


그러나 이 길의 진짜 매력은 단순히 구불구불한 도로와 붉은 단풍에 있지 않다. 평일과 주말, 전혀 다른 두 얼굴을 가진 이곳은 ‘드라이브’와 ‘산책’이라는 상반된 여행법을 동시에 품고 있으며, 어떤 방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가을이 펼쳐진다.



hanusan-mountain-drive-uiryeong4.webp 가을 한우산 드라이브 / 사진=경상남도 공식블로그 정한윤


한우산의 여정은 경상남도 의령군 가례면 갑을리의 쇠목재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해발 836m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은 평일에는 차량이 통행 가능하지만, 주말과 공휴일에는 자연 보호를 위해 전면 통제된다.


자동차의 소음과 매연이 사라진 길 위에서 방문객은 오롯이 자연의 소리와 바람을 느낄 수 있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모두 무료이니, 가벼운 마음으로 두 가지 여행법 중 자신에게 맞는 길을 선택하면 된다.



hanusan-mountain-drive-uiryeong2.webp 의령 색소폰 도로 야경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시간이 부족하거나 운전의 짜릿함을 즐기고 싶다면 평일 드라이브 코스가 정답이다. 차단봉이 열려 있는 날에는 정상부 생태숲 주차장까지 차로 곧장 오를 수 있다. 특히 의령 9경 중 하나인 색소폰 도로는 한우산 드라이브의 백미다.


금관악기를 닮은 S자 굽잇길을 따라 운전대를 돌릴 때마다 차창 밖으로 억새와 단풍이 뒤섞인 화려한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정상에서는 짧은 산책만으로도 도깨비숲과 전망대를 둘러볼 수 있어, 효율적인 코스를 선호하는 여행자에게 이상적이다.



hanusan-mountain-drive-uiryeong5.webp 한우산 드라이브 / 사진=경상남도 공식블로그 박은희


여유로운 시간을 원한다면 주말 산책 코스를 택하는 것이 좋다. 쇠목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임도를 따라 약 30분을 걸으면, 자동차 여행으로는 느낄 수 없는 충만한 고요가 찾아온다.


초입 100m 지점에는 색소폰 도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자리하고, 이후로는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와 낙엽 밟는 소리가 유일한 동행이 된다.



hanusan-mountain-drive-uiryeong3.webp 한우산 풍차 / 사진=의령군 공식블로그 서정호


정상 부근의 도깨비숲은 지역 설화를 바탕으로 조성된 철쭉 설화원으로, ‘쇠목이’와 ‘응봉낭자’, ‘한우도령’의 이야기가 조형물 속에 녹아 있다.


전국의 드라이브 명소 중에서도 한우산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두 가지 속도’의 공존에 있다. 지리산 정령치가 웅장한 산세와 스릴 넘치는 코스로 유명하다면, 한우산은 걷기와 이야기가 어우러진 감성의 산이다.


이번 가을, 당신은 핸들을 잡고 단풍길을 질주하는 평일의 드라이버가 될 것인가, 아니면 두 발로 천천히 자연의 이야기를 따라 걷는 주말의 산책자가 될 것인가. 어떤 선택을 하든, 의령 한우산의 가을은 당신에게 잊지 못할 풍경과 이야기를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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