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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원 Nov 12. 2017

공감의 지혜 2/3

심리학자 아빠가 혼자 키우는 딸에게 전하는 지혜의 서신

무엇을 경청해야 하는 것인지 생각해 보았나요?


하나. 상대방이 하는 말의 정확한 "의미"를 들어야 해요. 자신이 사용하는 말과 상대방이 사용하는 말이 언제나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나는 당신을 사랑해"라는 말을 두 사람이 동시에 한다고 해서 같은 뜻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지요. 한 사람의 사랑은 자신을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하고 자신의 의견에만 따르는 당신이 좋다는 의미일 수 있어요. 다른 한 사람의 사랑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당신이 좋다는 의미일 수 있지요. 

겉모습이 같다고 내용물도 언제나 동일한 것은 아니에요. 상대방의 말의 의미를 지레짐작하게 되면 상대방의 진심을 들을 수가 없어요.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도 어렵게 되지요. 따라서 경청을 하며 상대방의 말의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있어야 해요. 물론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어요. 오랜 시간 동안 서로에게 집중하며 모르는 것을 묻고 정확히 듣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러한 순간들이 반복될 때 비로소 상대방이 하는 말의 확실한 의미를 알게 되는 것이지요. 

사랑하는 딸의 말을 들으며 아빠가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을 다시 묻고, 서로 같은 의미를 공유하는 것이 바로 경청의 첫 번째 내용이에요.


둘. 상대방이 느끼는 "일차 정서"를 들어야 해요. 모든 사람은 어떤 일을 경험할 때 그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 무엇인가를 느끼게 돼요. 선물을 받으면 기쁨을 느끼고, 괴롭힘을 당하는 상황에서는 분노를 느끼게 되지요. 그렇게 어떤 상황에서 마음속에 생기는 최초의 정서를 일차 정서라고 불러요. 그리고 자신이 느끼는 일차 정서를 적절하게 표현하며 해소할 수 있을 때, 정서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일차 정서를 거리낌 없이 표현하는 것은 결코 쉽지가 않아요. 상대방에게 지니고 있는 두려움이나 혐오 등이 일차 정서 자체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방해할 수 있어요. 혹은 알아차리더라도 상대방에게 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지요. 어떤 이들은 자신이 느끼는 일차 정서를 스스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수도 있어요. 자신이 지니는 신념이나 심상이 일차 정서를 용납하지 못하는 경우가 그래요. 타인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면 관계가 붕괴될 것이라는 신념을 지닌 사람이 남에게 느끼는 분노를 건강하게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요. 이렇게 일차 정서를 적절하게 표출하지 못하고 억누르거나 다른 정서로 가리게 되면, 결국 그 화살이 자신에게로 돌아오게 돼요.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괴롭히고 부적응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사랑하는 딸이 아빠에게 느끼는 감정들을 솔직하고 편안하게 표현하는 것을 듣는 것이 바로 경청의 두 번째 내용이에요.


셋. 상대방의 이야기와 일차 정서 안에 존재하는 간절한 "바람"을 들어야 해요. 사람은 모두 진심으로 원하고 있는 무엇인가를 마음속에 품고 있어요. 하지만 모든 이들이 그런 자신의 염원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어떤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고 있지 못해요. 건강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경우에 그렇게 자신의 소망을 깨닫지 못할 수 있지요. 어떤 이들은 자신의 바람을 알면서도 말하지 못하기도 해요. 원하는 것을 말했을 때 부정적인 피드백이 돌아온다면, 다시 그 말을 꺼내기는 당연히 어렵겝지요. 가짜 소원을 말했을 때 긍정적인 피드백이 돌아온다면, 그렇게 거짓으로 꾸며내는 행동 양식이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질 수도 있어요.

말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듣는 사람에게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요. 자신이 이루어줄 수 없기 때문에 상대방의 바람을 듣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기도 해요. 하지만 간절히 원하는 것을 경청한다고 해서 그것을 자신이 꼭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비록 이루어주지는 못하더라도 상대방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욕구 자체를 인정하고 존중해주면 충분해요. 그 내용을 듣고 나서 꼭 내 힘으로 달성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요. 그것은 상대방의 몫이에요.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자원들을 전해주고 공감하며 응원하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에요.

사랑하는 딸이 하고 싶은 것이나 갖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아빠에게 언제나 자유롭게 말하게 하는 것이 바로 경청의 세 번째 내용이지요. 


이렇게 세 가지 내용을 경청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들이 무엇일까요?


그저 가만히 듣기만 한다고 경청이 가능한 것을 아닐 거예요.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술술 이야기를 하지는 않겠지요. 세 가지 내용을 경청하기 위해서 어떤 조건들이 필요할지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아빠가 사랑하는 딸에게 하고 있는 것들을 떠올려보면 대답하기가 어렵지 않을 거예요. 아빠의 생각은 다음 편지에서 들려줄게요. 오늘도 사랑해요. 아빠 딸로 태어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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