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아빠가 혼자 키우는 딸에게 전하는 지혜의 서신
경청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나요?
사랑하는 딸의 말을 들을 때 아빠가 보여주는 모습들을 떠올리면서 여러 가지를 찾을 수 있었을 거예요. 그중에서 적어도 세 가지가 충족되어야 상대방의 진심을 경청할 수 있어요.
하나. 최선을 다해서 상대방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해요. 무엇인가를 말해주기를 무작정 기다린다고 해서 말의 의미, 일차 정서, 바람을 듣게 되는 것은 아니에요. 온 신경을 집중해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지요. 정성껏 들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에게 내면의 이야기를 꺼내기는 어려워요. 이야기를 시작하다가도 금세 멈추게 되겠지요. 상대방의 말에 충분히 관심을 지니고 경청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였을 때, 비로소 상대방이 진심을 들려줄 수 있는 것이에요.
하지만 사람이 앞에 있다고 해서 관심을 받고 있음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니에요. 시선, 자세, 태도, 신체 반응, 음성 반응 등을 통해서 자신이 상대방에게 많은 관심을 지니고 있음을 전해야 하지요.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상대방을 바라보고, 몸이 상대방을 향하고, 예의 바르게 말을 하거나 듣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목소리를 내서 적절히 반응을 할 수 있어야 해요. 그렇게 말 한마디 한마디에 온전히 집중하는 모습을 보일 때, 원활히 이야기를 지속하고 일차 정서를 표현하고 원하는 바를 전할 수 있게 돼요.
둘. 적절하게 "질문"을 해야 해요. 그저 상대방의 말을 가만히 듣기만 한다고 경청이 이루어지지는 않아요. 조리 있게 말을 하지 못할 수도 있고,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를 모를 수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잘 듣기 위해서는 질문을 바르게 할 수 있어야 해요. 적절하게 질문을 했을 때, 적합한 대답이 돌아올 수 있는 것이지요.
상대방의 마음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적어도 몇 가지 규칙을 기억해야 해요. 자신이 듣고 싶고 궁금한 내용만을 묻는 것은 효과적인 질문이 아니에요. 우선 "네" 혹은 "아니오"라는 정해진 답변만을 요구하는 질문은 삼가야 해요. 그러한 질문은 깊이 있는 내용에 접근하는 것을 막게 되지요. 그렇다고 무턱대고 육하원칙에 따라서 질문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에요. 편안하게 자신의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취조를 받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거예요.
상대방의 진심을 경청하기 위해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바라는지를 물어야 해요. 그리고 자유롭게 대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지요. 그렇게 했을 때 마음속에 뒤죽박죽으로 뒤엉켜있던 내용들이 하나하나 정리가 되면서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고 말할 수 있을 거예요.
셋. 지금 이 순간뿐만이 아니라 "미래"에도 언제든지 상대방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해요. 경청은 지금 이 순간에만 하는 것이 아니에요. 어떤 특정 시기에만 상대방의 말을 들으려고 하면 중요한 내용을 놓치게 될 수도 있어요. 누구나 모든 순간에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지금 당장 말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어요. 자신의 이야기, 일차 정서, 바람을 꺼내서 보여주는 것이 안전한 지에 대해서 확신을 못할 수도 있지요. 혹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할 수도 있어요. 자신이 느끼는 것과 바라는 것이 명확히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에 대답을 해주기를 원하는 것은 가혹한 요구가 될 뿐이에요.
상대방의 마음속에 있는 말들을 지금 당장 듣지 못해도 괜찮아요. 상대방이 준비가 되었을 때 언제 어디에서든지 그 말을 최선을 다해서 들을 것임을 전하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상대방이 자신의 속내를 표현하고자 하는 그 순간에 분명히 곁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으면 되는 것이지요. 물론 실제로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속 이야기들을 꺼내서 들려줄 때 정성껏 경청할 수 있어야 하겠지요.
이상의 세 가지 조건들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듯이 경청은 단순히 일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에요. 그저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지요. 자신도 상대방에게 마음의 소리를 표현해서 전하고, 그 소리를 들은 상대방이 마음을 열고 진심이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진정한 경청이에요. 이처럼 양방향의 모습을 지닐 때 비로소 행복한 삶을 위한 경청과 공감이 가능한 것이지요.
그렇다면 공감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자신이 최선을 다해서 경청한 내용을 전하며 상대방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것이 공감이에요. 그렇다고 경청한 내용을 일일이 정확하게 다시 전달하라는 말은 아니에요. 미처 알지 못했던 마음을 상대방이 스스로 정확히 알게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대화의 과정 속에서 그렇게 상대방에게 마음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면, 이미 충분히 최고의 공감을 한 거예요.
세상의 모든 이들이 자신이 하고 있는 말의 정확한 의미, 자신의 일차 정서, 진정한 바람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내 말을 경청해주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내면에 무엇이 자리하고 있었는지를 돌이켜보며 명확히 알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자신이 진정 바라는 것을 알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긴다면, 충분히 공감받았다고 느끼게 될 거예요.
사랑하는 딸은 성장해서 어떤 모습을 지니고 살아가게 될까요?
아빠는 사랑하는 딸이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요. 다른 사람에게만 이로운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뜻은 아니에요. 타인의 속내를 최선을 다해서 경청하면서 사랑하는 딸도 자신의 진심을 더욱 잘 알게 될 거예요. 그리고 공감을 통해 타인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것도 또한 삶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이 바라는 것을 이루며 더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법을 깨우치게 될 거예요.
아빠가 사랑하는 딸이 원하는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적어도 하나는 분명히 약속할 수 있어요. 언제 어느 순간에서든 사랑하는 딸의 마음의 소리를 경청하고 공감할게요. 그리고 딸이 원하는 삶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온 정성을 다해서 응원할게요. 오늘도 사랑해요. 아빠 딸로 태어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