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천수 Sep 12. 2020

사랑은 외롭지 않다고 말해주자

  문득 내가 외로워 보일 때면



가을이 성큼  앞에 서니 문득 그리운 사람이 생각난다. ' 것은 언제나 그리워진다' 말을 음미하며 가을 햇살이 머무는 창가에 서서, 싱그러운  줄기 가을바람을 맞으며   가슴을 달래 본다. 왠지 모를 외로움이 비집고 들어오는 잠시 순간에, 바람이 살포시 다가와 작은 소리로 내게 속삭인다.


'이 가을엔 당신의 마음이
행복으로 물들기를 바란다'며


외로움 탓인지는 몰라도 누군가에게 사랑을 담은 편지를 쓰고 싶어 지는 계절이다. 보낼 곳이 마땅히 생각나지 않더라도 무슨 상관이겠나. 책상에 앉아 지나간 추억을 가슴속에서 꺼내 본다. 아득한 시간 속에 묻힌 내 첫사랑의 가물가물한 얼굴, 시간과 공간을 돌며 만나고 헤어졌던 수많은 직장 동료들의 얼굴, 제법 가까이서 만나고 헤어졌던 학교 친구들의 얼굴, 돌아가신 부모님의 얼굴,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오래전 이야기지만, 그때는 모두 다 편지를 주고받았다. 물론 전화도 있었지만, 그보다 애절함을 또박또박 적어 보내는 편지는 그리운 마음을 한눈에 볼 수 있을 정도로 위력이 대단했다. 편지는 그리움이고 사랑의 자기표현이다. 날마다 만나는 사람이라도 편지는 또 다른 깊고 오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할 수 없는 말을 편지는 따뜻한 가슴으로 전해온다.     


요즘은 편지를 쓰는 사람도 없을 뿐만 아니라 편지를 잃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문자나 카톡으로 날리는 간단하고 쉬운 방법이 있는데 웬 편지?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편지는 절실한 자기 마음을 글로 적을 수 있어 상대방의 감정을 움직이는데 더욱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생각하면 좀 우스운 이야기같이 들리지만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주간지와 잡지 등에서 펜팔(pen pal)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당시 대부분의 잡지 마지막에는 어련히 에필로그처럼 ‘펜팔란’이 있었다.

월간지인 샘터나 주간지인 선데이서울 등의 펜팔란을 통해 편지로 친구를 사귀고 싶은 사람들이 주소를 보내면 해당 잡지의 펜팔란에 등재되며 그것을 보고 조건이 맞는 사람을 선택해서 무작정 써 보낸 편지가 상대방의 마음을 훔친다면 얼마 후 답장이 온다. 다행히 답장이 오면 그때부터 서로 편지를 주고받게 된다. 그리고 주고받는 편지의 양이 많아질수록 사진도 주고받으면서 직접 만나서 사귀는 사람도 있었다. 그 당시엔 그렇게 만나 결혼한 사람도 제법 많았다.    


사진출처. daum image


그 당시 젊은이들은 누구나 펜팔을 유행처럼 했다. 그 시절의 나와 같은 세대들의 순수한 가슴에서 솟아 나는 열정이 있어 밤늦게까지 편지를 쓰곤 했다. 그것이 사랑이 아니더라도 편지를 쓸 때만은 정말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떨리는 감정을 쏟아부었을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그 자체로도 사랑이라 해도 멋진 일 아니겠는가.  

  

사실 나도 군대 생활 중에 여고생과 순수한 펜팔을 했었다. 어느 날 본부중대로 날아온 위문편지 하나를 잽싸게 가로채어 내가 답장을 보내고, 그 여학생은 내게 계속 편지를 보냈던 일이 있었다. 제대가 가까워진 무렵까지 편지를 주고받았지만, 제대 후 복학하면서 연락이 두절되었다. 내가 보낸 편지의 사연들은 잊히고 없지만 그때의 기억은 아직까지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요즘에야 인터넷이나 이메일, 카톡 등 스마트폰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문화에 익숙해지면서 편지를 쓸 일은 아예 사라져 버렸다. 특히 요즘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킹이 일반화하면서 더더욱 편지와 우체통을 이용할 일은 없게 되었다. 미투데이, 페이스 북, 트위터 등 SNS를 통해서 지인들과 활발한 소통을 하고 댓글을 달아 공감하는 등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기에, 편지는 뒤로 밀려나 자리를 잃고 잘 쓰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면 예쁜 편지지에다 편지를 써 보내고, 편지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가슴 졸이던 일들이 참으로 아름다운 추억이 아니었는가 싶다.     


그래서 가끔 거리에 서 있는 빨간색 우체통을 보면, '과연 저 우체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할까'하는 궁금증을 갖기도 한다. 며칠 전 시내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우체통에서 우편물을 수거하고 있는 한 우체부를 발견했다. 우체부의 말에 따르면 요즘도 평일에는 하루에 한 번씩 시간을 정해 자기가 맡은 구역 내의 우체통에서 우편물을 수거해 가지만 우편물은 대개 단체나 모임의 알림 편지이거나 가게나 회사의 홍보물이 많다고 했다. 물론 개인이 쓴 편지도 가끔 있긴 한데, 군대에 간 애인에게 보내는 편지 외에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나마 마지막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우편물이 '군대 간 애인에게 보내는 편지'라고 하면서 겸연쩍게 웃었다.  

  



가을이다. 창문을 열고 나뭇잎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어보자. 편지를 쓰는 순수한 마음으로 우리 가슴에 그리움이 밀려 들어와 고이게 하자. 그리움은 샘물과 같다. 그리움의 물이 가슴에 고여 있지 않으면 달이 떠올라도, 낙엽이 떨어져도, 애틋함을 알 수 없다. 그리움이 없는 사람은 외롭고 고독하다. 이번 가을엔 그리움으로 애태우는 보고 싶은 사람에게 사랑을 고백해보자.



그리고 가끔은,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해 수고한 나에게
주홍빛 그리움 담은 편지를 써보자
    사랑이 외롭지 않게     
    
시진출처. daum imag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