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비우면 행복이 보인다
코로나 19로 인한 변화가 일상화되면서 사람을 만나거나 악수하는 일은 조심스러워졌고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사람과의 거리두기를 지속하면서 언택트 문화가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사람들의 마음의 거리까지 멀어지게 하는 것은 아닌지 두렵지만, 그로 인해 우리가 평소 해왔던 대수롭지 않은 소소한 일상들이 지금 보니 참으로 작은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에 한 번 친구를 만나서 점심 한 그릇 같이하며 마주 보고 웃던 일이 행복이었고, 인생의 잡담을 늘어놓으며 술 한잔하던 그 시간이 행복이었으며,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인근 야산을 산책하다 나직한 풀벌레 소리와 숲 속의 이름 모를 새소리, 작은 개울가 물소리를 듣는 것이 행복이었다. 길을 가다 옛 친구를 만나 덥석 안으며 혹은 두 손을 맞잡으며 그간의 안부를 묻던 일이 참으로 소소한 행복이었음을 새삼 느껴본다. 가족과 함께 풍광이 좋은 곳을 찾아가 식사를 하거나, 괜찮다는 영화를 함께 보거나, 노래방에서 노래 한 곡을 열창하며 스트레스를 날리던 시간이 그리워질 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어려운 상황은 그동안 일상의 행복을 행복으로 보지 않고 당연시했던 사람들의 교만함을 일깨워 주는 소중한 기간이 되는지도 모를 일이다.
며칠 전 무료하고 답답한 마음에 옷장을 정리했다. 옷장에 걸린 철이 지난 옷들을 마음먹고 정리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호주머니 곳곳에 깊숙이 손을 찔러 넣어봤다. 손에 잡히는 종이가 무엇인가 꺼내 보니 몇 달 전 슈퍼에서 딸기와 아이스크림을 사고받은 영수증과 언제 산 것인 줄도 모르는 로또복권 한 장이 나왔다. 이곳저곳을 찔러보다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서 손끝에 잡히는 야릇한 촉감이 전해져 와 재빨리 꺼내 보니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 들려 나왔다. 뜻밖의 횡재에 작은 감탄을 지르며 얼굴에 웃음을 가득 채우며 행복해한 적이 있었다. 가끔은 이렇게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다가온 작은 행복을 누구나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엔 식물을 키우고 싶은 생각으로 몇 가지 종류의 실내 공기정화 식물을 사다 베란다 창가에 두었다. 제법 큰 축에 드는 뱅갈 고무나무, 수형이 멋스러운 올리브, 열매가 탐스럽게 달린 하귤, 작은 오렌지가 조롱조롱 달린 오렌지 레몬과 향이 좋은 천리향, 꽃송이가 앙증맞은 호주 매화 등을 정성스레 키우며 즐거움에 빠져있다. 나무와 화초의 열매가 자라고 꽃이 피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생명의 환희와 함께 내 안에서도 커져만 가는 기쁨과 아름다움을 만나면서 소소한 일상에서 또 하나의 작은 행복을 느끼고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면서 지나쳐 버린다. 바쁘다는 핑계로 늘 상 그 자리에 있는 하늘이나 구름조차 바라볼 시간이 없노라고 아우성치는 사람들이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고개를 돌려보면 얼마나 많은 작은 행복이 우리 가까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사람들은 행복이 마치 멀리 있다고 생각하며 막연한 동경을 가진다. 그렇지만 멀리 있는 것은 나와 상관이 없는 경우가 많다. 행복은 언제나 우리 가까이서 머물며 우리가 눈치채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루어질 수 없는 허황된 꿈을 꾸면서 우울해지는 것보다 아주 작은 것, 내 손에 지금 잡히는 것을 귀중히 여기며 다가가는 것이 소소한 일상의 작은 행복이 아닐까? 싶다.
날마다 오가는 출근길이나 자신이 수고를 아끼지 않는 직장에서도 행복은 곱게 숨어있다. 늘 만나는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서 행복은 얼마든지 있다. 때로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우연히 행복이 내게로 와서 미소 지을 수 있다.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바닷가를 거닐며 부서져 밀려오는 파도 소리를 듣고, 바닷바람을 타고 오는 갯내음을 맡으며 행복을 맛볼 수도 있다.
아침에 일어나 힘껏 기지개를 켜며 창문을 여는 순간, 눈 앞에 펼쳐지는 햇살이 묻은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이 몰려오기도 한다. 창가에 자리하고 있는 식물이 자라 열매가 맺힌 것을 보는 것 만해도 좋다. 겨울이지만 생명의 기운을 느낀다는 것이나, 내가 지금 건강하게 호흡하고 있다는 것만 해도 크나큰 행운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 바로 행복이다. 모든 것이 다 채워진 완벽한 행복이나 이상적인 행복은 신기루일지 모른다. 우리는 그냥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작은 행복을 찾아낼 줄 알아야 한다.
행복은 언제나 빠르게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간다. 곁에 다가온 행복의 순간을 붙잡아야 한다. 잠시 마음을 비우고 눈을 돌리면 작은 행복들이 줄줄이 서서 따라오는 신기한 광경을 목격할 지도 모른다. 행복은 대단한 것을 통해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며 우리가 만나는 일상의 소소한 일들에서 행복을 만날 줄 알아야 한다.
‘행복은 사라진 후에야 빛을 낸다’
라는 영국 속담을 음미하면서, 지금 이 순간을 미루지 말고 내 곁에 있는 소소한 행복과 친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