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가족은 16층으로 이사했다. 베란다에는 아직도 몇 가지 정리 안된 물건들이 듬성듬성 놓여 있다.
모두 제자리를 찾지 못한 물건들.
아무래도 짐 정리가 1년은 가겠다 하면서 방치 중인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양심에 걸려 마치 일부러 그런 것처럼 물건들의 간격을 약간씩 조정해 두었다.
그중 하나가 실내용 자전거다.
수년 전 직접 나사 돌려가며 조립한 자전거
이사 올 때는 한참 겨울이라 오래된 자전거를 그냥 버릴까 하는 맘도 없지 않았지만 코로나로 집에서만 지낸 지 벌써 두 달, 아직까지 베란다에 어정쩡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요즘 지지부진한 난청 치료를 이어가면서 느낀 것은 귀 치료를 위해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주사나 약이나 유명한 병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한 음식과 적당한 운동 그리고 푹 쉬는 것이었다.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그래서 자전거는 그 자리가 제 자리가 되었다.
이사하고 난청이 왔을 무렵 난 이미 운동을 두세 달 쉬고 있던 차였다. 아마도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있었을 거다.
소위 중년이 되면서 문득문득 내 신체에 미안해지는 순간들이 생겼다.
너무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또 자주 먹고, 너무 움직이지 않았다 싶은 적도 있었다.
미세하게 신체 어느 부분의 기능이 노후되고 있다고 느끼면서 내 신체에 미안해지는 날도 많아졌다.
생애 가장 큰 병이었던 난청 사건은 그 미안한 날들이 쌓이고 쌓여 폭발해 버린 날이다. 마치 내 신체가 내가 아닌 다른 존재인 것처럼 나는 그녀에게 미안했다.
20-30대 때는 왜 내 신체를 다른 나로 느끼지 못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때 나는 그녀에게 미안할 일이 없었다. 나는 건강하고 자신 있었다.
자전거에 오른다.
신발은 필요 없다. 이제야 알았는데 맨발로 페달을 밟으니 페달에 파인 일정한 홈이 발바닥을 적당히 지압해 더 좋았다.
평생 운동을 안 하던 사람이 처음으로 이제부턴 운동하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할 때 자리를 잡기까지 처음 며칠이 제일 힘든 것처럼 자전거를 탈 때도 마찬가지다. 막 페달을 밟을 때는 몸의 근육이 굳어 있기 때문에 근육이 깨어날 때까지 처음 몇 분이 제일 힘들다. 이때 딱 그만두기도 쉽다. '에고 힘들어'하면서.
계속 하자는 생각이 들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그 시간이 딱 7분이다.
아주 신통방통하게도 딱 7분이 지나면 살짝 땀이 나고 몸의 근육이 유연해지면서 페달 돌리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다.
운동으로 몸이 편해지는 순간은 아마 사람들마다 다를 거다.
그렇게 자전거 타기를 마치는 순간까지 나는 전력질주와 휴식을 반복하며 딱 30분간 자전거를 탄다
베란다의 따스한 기운과 창문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 상쾌한 땀이 흐른다.
영화 '국가대표'의 주제곡이 딱 어울리는 순간이다.
'빛나는 사람아, 난 너를 사랑해~~' 난 마치 국가대표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나는 운동하는 사람이다.
중간중간 쉬는 기간도 없지 않았지만 성인이 된 후 나는 운동하는 삶을 살고 있다.
대학생 때는 아빠를 따라 등산을 했고
직장인 때는 점심시간에 러닝머신과 덤벨 운동을 했고
한 때는 요가 전문가반을 수강했고
출산 후에는 집에 있는 동안 자전거를 달렸다.
한 때는 평일 5일 내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몇 년을 운동하던 때가 있었는데 전형적인 운동중독으로 점심에 회식이라도 있으면 불안할 정도였다.
운동 전 후 스트레칭과 요가 동작으로 다져진 유연성은 누구 못지않을 자신이 있다.
나는 운동이 좋았다. 운동은 나를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었다.
하루 중에 딱 한 시간 운동하는 시간은 어떤 방해도 허락하지 않았다.
운동 중간중간 터질 것 같은 심장박동과 함께 살아있음을 느꼈다.
아무도 모르겠지만 내가 얼마나 나를 아끼는지 또 내가 얼마나 괜찮은지 깨달았다.
주제곡 가사처럼 내가 태양처럼 빛나는 것 같았고 그런 내가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요즘 코로나로 아이와 보드 게임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긴 하루 시간 보내기도 참 좋다.
한참 신나게 하다가도 시간이 되면 일어선다.
"엄마 이제 운동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