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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프로 Aug 25. 2023

[서평] 도파민네이션

# 행복의 비결

저울의 교훈
1. 끊임없는 쾌락추구(그리고 고통회피)는 고통을 낳는다.
2. 회복은 절제로부터 시작된다.
3. 절제는 뇌의 보상경로를 다시 제자리에 맞추고, 이를 통해 더 단순한 쾌락에도 기뻐할 수 있도록 한다.
4. 자기 구속은 욕구와 소비 사이에 말 그대로 초인지적 공간을 만드는데, 이 공간은 도파민으로 과부하를 이룬 지금 세상에 꼭 필요한 것이다.
5. 약물 치료는 항상성을 회복시킬 수 있다. 하지만 약물치료로 고통을 해소함으로써 잃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
6. 고통 쪽을 자극하면 우리의 평형 상태는 쾌락 쪽으로 다시 맞춰진다.
7. 그러나 고통에 중독되지 않도록 주의하라.
8. 근본적인 솔직함은 의식을 고취하고, 친밀감을 높이며, 마음가짐을 여유 있게 만든다.
9. 친사회적 수치심은 우리가 인간의 무리에 속해 있음을 확인시킨다.
10.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는 대신 세상에 몰입함으로써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


인스타브레인을 읽고, 도파민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 읽게 된 책이다. 환기차원에서 다시 서술하면, 도파민은 '보상에서 오는 쾌락'이 아니라 '보상을 얻기 위한 동기부여과정'에서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다. '좋아요'를 확인할 때가 아닌 '알림이 떴을 때' 더 쾌락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 말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정신과 교수인 애나 램키가 쓴 책인 도파민네이션은 그 닥 친절한 책이 아니었다. 학술적 보고서 같은 느낌이랄까? 그렇지만 깊이 있는 내용과 통찰을 얻게 되는 장점이 있다.


현대의 우리는 도파민 과잉상태에서 산다. 인스타브레인에서도 읽었지만, 부유한 국가 성인의 10% 이상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미국 성인의 25%는 정신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미국 사망원인 1위가 마약류인 펜타닐이라는 뉴스를 보았다. 지난 6년 동안 사망자가 21만 명이라니. 1990년에서 2017년 사이에 전 세계에서 중독으로 사망한 인구가 모든 연령에서 증가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롤스로이스남 사건으로 알려진 마약문제는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여기서 조금 더 슬픈 사실은 중독의 문제를 겪기 쉬운 이들이 잘 사는 나라에 사는 가난하고 교육 수준이 낮은 계층이라는 거다. 특히 이러한 집단의 주요 사망 원인 세 가지가 약물 과용, 알코올 관련 간질환, 자살이라며,  '절망의 죽음'이라고 표현했다.


왜 부유해질수록, 우울해지는 것일까?


명확한 원인을 규정할 수는 없지만, 풍요 속의 결핍이 아닐까? 생각한다. 생존을 위해 분비되었던 도파민은 필요성을 상실했고, 넘치는 풍요에 쾌락을 추구할 대상은 넘쳐나기 시작했다. 음식, 섹스, 도박, 마약...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모든 자본의 괴물들이 우리의 도파민을 자극하려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SNS를 통해 주변 친구 몇몇이 부러운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선망의 대상을 쉽게 접할 수 있고, 현실의 우리는 너무나 초라하다. 이 현실과 세계와의 간극이 정서적 결핍을 유도하고, 쉽게 마약과 같은 중독성 물질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 아닐까?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치료하여 중독에서 벗어난 환자의 임상사례를 통해, 우리가 쾌락과 고통을 어떻게 조율하고 바라봐야 하는지, 중독되지 않으려면 혹은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저울의 교훈(박스 칸) 10 계명으로 정리해 두었다.


책의 핵심개념인 저울은 쾌락과 고통이 시소와 같다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쾌락이 증가하면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고통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마약으로 인한 쾌락은 항상 유지될 수 없고, 마약 후엔 그 고통이 찾아든다. 이 고통을 잊기 위해 마약의 양은 증가할 수밖에 없고, 그 고통 또한 증가할 수밖에 없다. 결국 중독은 중독을 가속화시킨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동일하다. 고통을 이겨내면 쾌락이 찾아온다. 고통이 주는 보상이 쾌락이다. 그렇다고 고통의 크기와 횟수를 강화시키면, 이 또한 반대의 경우와 같아지는 것이다. 모든 쾌락에는 대가가 따르고, 거기에 따르는 고통은 그 원인이 된 쾌락보다 더 오래가며 강하다고 한다. 특히, 쾌락을 경험하는 기준점이 높아지면, 이 기억이 해마에 남아 평생 간다고 하니 시작을 하지 않은 게 현명한 일이다.


놀라운 사실은 약물에 대한 저자의 관점이었다. 치료약물일지라도 과용하거나, 지속기간이 길어지면 이 또한 또 다른 중독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 '세레니티'를 예로 들며, (세계 평화와 조화의 문명을 이루려는 목적으로 전체의 인구에게 탐욕, 슬픔, 불안, 분노, 절망에 대한 예방주사를 놓게 되는데 결말은, 아무것도 갈구하지 않고 아무런 욕구 없이 사람들이 죽어갔다는 이야기) 인간의 온갖 고통을 약물로 없애려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했다. 물론 약물치료가 구명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올덕스 헉슬리에 '멋진 신세계'가 떠올랐다. 고통을 잊기 위해 쉴 새 없이 삼키는 약 '소마', 그것에 대한 진실, 대가를 치르는 신세계인... 결국 인간은 에 대한 고통을 받아들여야 진정한 홀로서기가 가능한 것 아닐까?


대안적 치료방법으로 제시한 것이 고통을 받아들이기, 솔직함, 친사회적 수치심이다. 여기서도 제안하는 것이 운동이다. 하루에 30분 동네를 걷는 것만으로도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솔직하게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브런치에 많은 이야기들이 치유의 산물이다. 아픔을 치유하는 좋은 방법 글쓰기니까. 글을 쓰면서 자기를 객관화해서 바라볼 수 있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게 되니까 말이다. 또한,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서로를 다독이고, 공감하고, 이해해 주는 댓글들이 친사회적 수치심을 고양시킨다. 아파도 괜찮다고, 이제 아픔에서 벗어나 행복할 시간이라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주면서 무리에 속해 있음을 느끼게 해 주니까.


우리가 이렇게 내면에 법을 만들 수 있음을 깨달을 때, (자연적) 인간은 자기 안에서 도덕적 인간을 존중해야 한다고 느낀다. -'윤리 형이상학'에서 이마누엘 칸트 -

우리는 고통받아야 한다, 진실로부터 고통받아야 한다. -아이스킬로스-


<작가의 말>

- 자신을 구속하는 것이 곧 자유로워지는 길이다.

- 삶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피하려는 대상으로부터 도망치지 말고, 그것을 마주해야 한다.

- 약물에 찌들고, 너무 자극적이며, 쾌락으로 포화를 이룬 지금의 세상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저울의 교훈을 실천해서 자신이 지나온 길의 빛을 돌아볼 수 있길 바란다.


<나의 결론>

일상의 소소함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 그 작은 도파민으로 삶의 기쁨을 채워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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