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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호 Feb 29. 2024

어떡하죠? 여러분은 이제 'VR 찐명작' 못합니다..


바야흐로 2019년(=Quest2도 아니고 Quest 시절)에 Meta Oculus 팀에서 자체 제작한 게임.

귀염뽀작한 ‘Bogo’를 키우는 것이 전부다. (링크)

쓰담 쓰담 발라당-


돌연, 작년 9월 Meta는 서비스 종료 계획을 밝혔다 (링크)

서비스 종료를 아쉬워 하는 ‘찐팬’들이 많음 >> Bogo is shutting down on March 15th. Thoughts?


[MR 드래곤 키우기]를 제작하고 있는 나로서는, Bogo를 보자마자 든 생각: '내 가설을 간접 검증할 기회잖아?'

그러나. 웬걸. 현재로서는 다운 받을 수 없다(ㅠㅠ)


그래도.. ‘One Pet’에 초점이 맞춰진 게임의 구성은 어떨까 궁금하여

게임 후기 영상 후기(?)를 남겨보려고 함. (참고 영상)


항상 결론부터.

플레이를 해보지도 않고 감히 단언하건대,,, Bogo는 ‘명작’이 맞다.

유대감을 가장 잘 이해하고 그걸 모든 디테일에 녹여냈음.

마치, “태어나서 강아지를 처음 봤던 어린 시절의 우리가, 그와 유대를 쌓았던 과정”을 함축해 놓은 것 같았음..


영상 보는 내내, ‘와 씨, 뭐부터 정리하지? 와 이것부터? 와 저것부터?’

할 말이 많다는 것은. 많아서 무엇부터 정리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는 것은.

‘디테일’, 디테일을 잘 챙겼다는 뜻이다.


그래서 후기가 깁니다. 길어요-

하지만 제가 보장합니다. 맛있어요.


[1] ‘안녕, 나를 예뻐해주면 너도 좋을 걸?’

게임을 시작하고 처음 마주하는 건. ‘폭풍우 속 칠흑같은 어둠’

‘비가 오네? 어둡네? 아무것도 안 보인다. 뭐지…’ 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어둠 속에서 Bogo가 다가오고, 얼굴을 기울이며 내 앞에 쪼그려 앉는다.

[좌우로 넓은 얼굴형]과 [약간의 갸우뚱]을 보는 순간, 모든 본능이 ‘당장 쓰다듬어야겠다!’를 외침


역시나 모든 디자인에는 ‘이유’가 있다. (있어야 한다) 디자인은 논리적으로, 아트는 감성적으로


그렇게 쓰다듬고, 옆에 놓은 열매까지 먹이고 나면, 폭풍우가 걷힌다.

게임을 시작한지 1분도 안 돼서, 유저는 게임의 핵심 2가지를 단숨에 학습함.  

    “쓰다듬어 달라는 건가? 먹여달라는 건가?” ← 유대를 쌓을 수 있어. 방법은 이런 게 있고.  

    “예뻐해주면 좋은 일이 일어나네!” ← 유대를 쌓는 건 좋은 거구나!      


보호자와의 유대감: 지능과 귀여움 에서 말한 것처럼

유대감의 출발은 딱 2가지임: ‘막 대하면 안될 것 같음’과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음’

⇒ 단번에 유저를 설득시킴 “Bogo랑 잘 지내봐! 너도 좋을 거야”


게임의 가장 중요한 2가지를 학습할 때, 유저는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았다.

‘폭풍우’를 설정해서 유저의 눈에는 Bogo외에 아무것도 안 들어오게 됨. 아주 자연~스럽게

⇒ ‘VR은 360도를 다 쓸 필요가 없다’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음.


하지만 딱 한 가지 아쉬운 건. 과일의 위치

나 같으면 이것도 Bogo가 앉아 있는 방향에 배치했을 거임. 굳이 유저가 고개를 90도나 회전할 필요가 없게!


그리고 하나 더.

VR은 1분 1초가 소중함. 무슨 말이냐?

PC나 모바일 게임은 몰입하는 데 시간이 ‘당연히’ 많이 걸리는데, VR은 아님. 게임 키고 splash 뜨자마자 몰입되는 게 VR임.

그래서 더욱 더. 더욱 더. 초반 전개가 중요하다. 집중력의 밀도를 잃게 해서는 안됨.


근데 캐릭터가 중요한 모든 게임은 첫 로딩에서 거울을! 이론에서 설명한 것처럼

스폰되자마자, 100%의 유저들이 하는 행동이 뭐냐! ‘고개 두리번 두리번 & 내 양 손 확인하기’

냉정하게, 몰입 밀도를 떨어뜨리는 ‘인간의 본능’인데, Bogo는 이것마저 없애려고 노력했음.


나 개인적으로는 Bogo가 최고의 첫 시작 ‘1분’이었음.


[2] ‘정식으로 소개할게, 난 이런 능력이 있어!’

게임 시작하고 1분만에 유저는 어렴풋이 이걸 알게 된다

“얘는 공간을 바꾸는 능력이 있나?”


등이 반짝이는 순간, ‘변화’를 기대하게 되고, (캐릭캐릭체인지나 포켓몬 전부, 흰 색(?)이 되는 그 순간 변화가 일어날 것을 본능적으로 인지하고 또 결과를 기대하게 됨. 이것은 본능!)

주변 공간이 바뀌고 (시각적 WOW) 다음 미션이 주어진다. (기대 충족이 끝나기 무섭게 다음 기대를 줌)

게임 설계 제 1원칙: “기대와 배신”을 정말 잘 지켜냄


내 행위는 전부 2X2 공간 내에서 이루어짐.

그에 비해, Bogo는 자유롭게 뛰어 다니고, 360도로 펼쳐지는 풍경을 바꿔버리는 능력을 보여줌.

이제부터 유저는 Bogo를 단순히 ‘예뻐해주는, 밥 주는, 키우는’ 존재가 아니라 ‘나에게는 없는 특별한 능력을 갖춘 지적 생물체’로 인지하게 됨


보호자가 쓰러지기 직전, 등 뒤로 가서 받쳐주는 댕댕이 영상 보신 분?

그거랑 좀 비슷한 원리. 그 순간 이후부터 우리집 강아지는 ‘더 특별한’ 존재가 된다.

 ‘막 대할 수 없고, 다음 행동이 궁금해지게 만들었다면’ 유대감 형성은 끝이다.


MR 게임을 만들고 있는 나로서는. 더 깊은 영감을 받을 수 있었음.

내 이론, ‘결국 우리집 고양이와의

추억은 나, 고양이, 집, 이 3가지에 남는다. MR 동물 키우기에서는 동물과 집을 정말 잘 써야 한다’ ⇒ 모든 MR 게임은 ‘집’을 정말 잘 써야 한다

공간에 ‘흔적’을 남기는 것도 좋지만. 그 이상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이거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될듯.


[3] 여기까지가 핵심 분석 2가지

여태까지 Bogo를 분석하면 사용한 이론은 5가지.  

1. VR은 360도를 다 쓸 필요가 없다

2. VR은 1분 1초가 중요하다

3. 기대와 배신. 모든 기대에 부응하거나, 기대를 조종하거나.

4. 모든 디자인에는 이유가 있다.

5. 유대감? ‘막 대할 수 없을 것 같아’ 부터 출발해야 한다.


디테일이 살아 숨쉰다.

모든 디테일이 ‘핵심 가치’로 귀결된다.


Bogo가 명작이 아니면 무엇인가?


[4] 이거 외에도… 참고할 점은 무수히 많다. (복기하면 할수록 계속 나올듯)  

1. 2X2 내에 모든 상호작용 요소를 넣음

2. 새로운 상호작용 요소가 해금될 때마다, ‘이건 이렇게 잡고, 이건 이렇게 넣는 거야’가 정말이지 완벽하게 설계되어 있음

3. 나뭇가지를 물어오고 나서도, 우리의 Bogo는 그냥 바닥에 떨구지 않는다. 무려 내가 잡기 ‘편하’라고 손잡이 부분으로 돌려서 준다.. (이 정도면 내가 Bogo를 좋아하게 된듯)

4. ‘내가 해야 하는 미션’을 Bogo가 도와준다. Bogo의 성장을 위해서 내가 기꺼이 바치는 일인데, 갑자기 Bogo가 도와주니 감지덕지. 기대도 안했는데, 기대를 충족시켜줬음  


[5] 하지만…..

절대로 나는 Bogo를 ‘갓겜’이라고 하지는 못한다

왜냐?

콘텐츠는 ‘재미 >>>>>>>>>>>>>>>>>>>>> 논리’ 이기 때문

이게 진짜 재미있는 지는. 해봐야만 알 수 있지!


모든 원칙을 지키고, 디테일이 살아 숨쉬고 등등등 Bogo는 ‘명작’이 맞다.

그러나. 재미가 다른 것에 비해 적다면? 그건 갓’게임’이 될 수 없다.


이제 더 이상, ‘평가와 판단’ 없이 순수하게 VR 콘텐츠를 즐길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잃은 게 있다면, 얻는 것도 있는 법


요즘에는 게임을 끝내고 의자에 앉아서 노션 페이지를 생성하는 그 순간이 정말 재밌음.

특히나, 콘텐츠에 서비스적 사고를 적용하는 내가, Bogo와 같은 게임을 만나면 정말 환장한다.

‘재미>>>>>논리’를 절대로 잊지 않으면서, ‘서비스’적 사고를 가지고 팀원들과 과정 공유를 한다면, 가히 콘텐츠 업계에서 압도적인 해자를 쌓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이 흥분 그대로 헬스장에 들고 가서 당장 데드 1rm 박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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