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의 어느 육교
협의이혼서류를 접수하고도 똑같은 일상이었다.
이미 주말부부로 떨어져 지내서 X의 짐을 정리할 것도 없었다.
2017년도 가을
가을부터 연말까지 늘 행사가 많아서 일이 제일 바쁜 시기이다.
9월 22일 생일이면 유독 엄마 생각이 제일 많이 난다. 임종 전날이 하필 생일이었던 터라 잊을 수가 없는 기억이다. 매 해 돌아오던 생일이었지만 유독 그 해 생일은 엄마가 너무 생각이 났다.
어쩌면 그동안 켜켜이 쌓아놓은 힘듦이 곧 터지기 직전이었다.
27살 나이에 혼자 6살, 4살 아들 둘을 케어하며 일하느라 바쁜 시기를 보냈다. 그동안의 피로가 누적되었고 평일, 주말 쉬는 날이 거의 없었다. 특히 10월 말은 3일 연달아서 초등학교 예술제, 오케스트라 연주회 리허설이 아침 9시부터라 새벽부터 애들 챙겨 보내고 오전에 반주하고 오후에 레슨하고 저녁에 서초동 반주레슨 갔다 인천을 다시 돌아오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했다. 퇴근해서 집을 가면 쉬는 게 아니라 집에 가서 아이들 챙기고 다시 출근을 하는 셈이었다.
한창 예고 입시로 일산과 서초를 왔다 갔다 하던 일정이 있었는데 일산에서 레슨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낯익은 동네가 눈에 띄었다. 7살 꼬꼬마 시절에 살았던 동네였다. 모든 게 그대로였다. 간판은 많이 바뀌었지만 20년 전 건물은 그대로였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그 육교를 한참을 바라봤다.
그리고 7살 때의 기억이 눈앞에 보였다. 엄마의 손을 잡고 육교를 건너가는 모습
당시 수영장을 다녔는데 엄마 손 잡고 육교를 건너 수영장에서 수업하고 있으면 엄마는 유리창 너머 대기실에서 보고 있었다. 그때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펑펑 울었다. 그제야 엄마의 부재를 마주하게 되었다. 살아가야 할 현실에 치여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에 내버려져 있던 감정이 올라왔다. 한참을 차에서 울었던 것 같다. 마음을 겨우 추스르고 집으로 왔다.
그게 나의 2017년도 마지막 일상이었다.
그리고
이혼이라는 큰 결심을 한 나에게 복병이 찾아왔다.
" 공황장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