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8년 차
2017년 가을, 27살
이제 막 사회생활을 하는 나이에
6살, 4살 아들 둘과 함께 홀로서기를 마음먹고
꽤 길었던 6개월의 숙려기간을 지나
비로소 28살에 서류상 법적 싱글이 되었다.
셋이 생활한 지 어느덧 8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6살, 4살이던 아이들은 사춘기를 문턱에 바라보고 있는 중학교 1학년, 아직은(?) 어리게 느껴지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다.
이 문단만 봐도 '평범하지 않다'가 보인다.
사실 남들과 조금 다른 길을 걸었던 건 10대 때부터였다.
고등학교 1학년 6월 유학 가려고 자퇴를 했지만
엄마의 투병으로 가지 않았고 검정고시를 보고
고등학교 2학년 때 대학교 입시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학교에 입학했다.
친구들은 10학번, 나는 09학번이 되었다.
20살_ 중학교 때부터 투병 중이었던 엄마와 기나긴 이별을 하게 되었고
21살_ 전남편을 만났고
22살_ 대학교 4학년 때 결혼과 임신, 출산
4학년 1학기를 만삭 때까지 다녔고 7월 초 여름방학에 출산을 하고 4학년 2학기 졸업시험과 졸업연주를 다 마치고 평점 4점을 넘기며 피아노과 차석 졸업을 했다.(09학번 동기들 중에는 수석, 1학년 1학기를 제외하고 7개 학기는 성적우수장학금을 받았다. 공부에 진심이었던 편)
23살_ 돌도 안된 아이를 안고 학사모를 쓴 사람은 내가 유일했다. 그리고 연고가 없는 타지로 이동했고 둘째가 찾아왔다.
24살_둘째 임신부터 만삭까지 첫째를 케어하면서 일을 했고 18개월 터울의 연년생 아들 둘 육아가 시작되었다. 산후조리 때 빼고는 워킹맘으로 쭉 살았다.
27살_몇 년간 고민한 끝에 가정법원에 합의이혼서류를 제출하게 되었다.
학업, 결혼, 출산, 육아, 일, 가족들의 죽음,
이혼 그리고 극심한 공황장애
아이 둘을 키우면서 극복해 나가며 완치하기까지
나의 삶은 우여곡절이 많았고 다사다난했다.
이렇게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온 것이 너무 감사하다. 웃는 것조차 힘든 순간들이 많았으니
현재 2025년 35살의 나이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 이제 막 결혼을 하는 사람들, 결혼한 사람들 중에 아이가 있어도 어린 아가들인 경우가 많고 한번 갔다 왔어도 자녀가 없는 경우 또는 아이가 어린 경우가 많다.
아이들 학부모 모임에서도 막내를 탈출해 본 적이 아직까지 한 번도 없었다. 아이들끼리 친구지만 나랑 10살 이상 차이나는 언니들(?)이 더 많아서 나와 비슷한 또래를 만나는 일은 모래 속 진주 찾기이다. 싱글인 친구들 사이에서도 어색하고 결혼한 친구들 사이에서도 어색하고 학부모 모임에서도 어색하고 어딜 가나 이방인 느낌이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연륜이 생긴 걸까
지금은 어딜 가나 어색해하지 않고 잘 지낸다.
어렸을 땐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단순하게 살던 나였는데 삶을 뒤흔들어놓을 만한 사건들을 단시간에 동시다발적으로 겪다 보니 삶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언젠가부터 마음이 복잡해질 때마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글로 적으면서 나의 감정을 정리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글 쓰는 게 하나의 돌파구였던 것
혼자만의 싸움과 늘 흔들리며 가는 길이었기에 눈물겨웠지만 문제를 없애는 것보다는
문제와 함께 성장하는데 중요한 것이 있다.
인생의 큰 슬픔에 대해서는 용기를
작은 슬픔에 대해서는 인내를 배웠다.
이 브런치북은
언젠가 내 품을 떠날 두 아들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나의 이야기이자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겐 용기가 되고
누군가에겐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나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