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입문러의 글쓰기 연습장]
[브런치 입문러의 글쓰기 연습장]은 한동안 업로드를 잘하지 않았다. 호기롭게 글쓰기 연습을 하겠다고 만들어놓고, '글이 안 써져요, 엉엉' 하며 징징거리기만 하는 것 같았다. 그럴 의도로 만든 매거진이 아니다. 한동안 외면했다.
최근 다른 매거진보다 [브런치 입문러의 글쓰기 연습장]을 제일 열심히 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졌다. 시작은 '독서를 하자'라고 마음먹은 후부터다. 독서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깨달았고, 글쓰기 책 20권을 읽겠다고 다짐했다. 한 권 두 권 읽으며 바로 적용도 해보고, 독후감도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주제로 손이 간다. 이제야 의도와 맞아떨어진다. 기특하다.
글쓰기라는 바다 위에 나를 띄어놓고 뱃놀이의 현기증을 즐겨보라. 글쓰기는 퍼즐 맞추기 게임이다. 빈칸에 맞는 단어나 문장을 찾아 넣는 놀이다. 하지만 실제 글쓰기는 놀이가 아니라 행군에 가깝다. 고난의 행군이다. -<강원국의 글쓰기> 중-
밑줄을 긋고 생각했다.
고통스러운 글쓰기를 즐거운 놀이로 만드는 나만의 방법은 없을까?
다른 이야기지만, [생존운동 ing] 매거진에서 러닝머신하는 지루한 시간을 오디오북 듣는 시간으로 바꿨더니 한결 나았다는 내용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 운동이 너무 힘들지만 어차피 해야 한다면, 즐겁게까진 못해도 덜 고통스러운 시간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고민을 하다 나온 나만의 해결방식이었다.
글쓰기도 적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면 괜찮은데 마음먹고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열기까지가 문제였다. '자, 이 시간은 전혀 고통스럽지 않아. 어렵지 않아.' 하며 나를 달랠 방법이 필요했다. 그렇게 새로 생긴 루틴은, 필사다.
피아노를 배우면 '하농'을 반드시 친다. 연주곡이 아니라 손가락을 풀기 위한 책이다. 쉬운 예로, 양손을 동시에 '도레미파솔라시도. 도시라솔파미레도'를 반복해서치는 형식이다. 솔직히 재미는 없다. 다소 기계적인 움직임이다. 피아노 학원을 가면 하농 한 곡을 몇 번 친 후, 본격적인 진도를 나간다. 글쓰기 전 단계에 하농 역할이 필요했다.
독서노트를 몇 년 간 쭉 썼다. 꽤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필요한 행위라 종종 밀렸다. 어느 날 글쓰기가 너무 싫어 책상에 앉아 독서노트 정리를 시작했다. 밑줄 친 내용을 다시 읽다보니 글이 쓰고 싶었다. 딴짓을 목적으로 시작한 독서노트 정리가 자연스럽게 글쓰기로 이어졌다. 남의 글을 따라 적다 보면 손과 머리가 글쓰기에 익숙해진다. 손이 적당히 풀리면 남의 글을 옆으로 스윽 밀고 내 글을 쓴다. 독서노트는 딱 그 마음이 들기 전까지만 이용한다. 희한하게 글쓰기 시작이 조금 편해졌다. 하긴, 내 글을 쓰긴 어려워도 그대로 따라 쓰는건 쉬우니까. 필사는 기꺼이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쓰게 하기 위한 미끼가 됐다.
필사를 끝으로, 나만의 글쓰기 루틴이 확정됐다.
글쓰기 루틴
1. 힐링 음악
유튜브에 들어가 신경을 안정시켜 주는 힐링 음악을 튼다. 글쓰기 전 긴장상태가 제일 높다. 무슨 글을 쓰든그렇다. 처음엔 반신반의하며 들었다. 진짜 힐링음악이 효과가 있는 건지, 플라시보 효과(가짜 약을 진짜 약으로 믿고 실제로 병세가 호전되는 효과) 인지는 모르겠으나 도움이 된다. 글에 집중하다 보면 음악을 듣고 있다는 사실을 까먹을 때도 있고, 이어폰을 나도 모르게 빼버릴 때도 있다. 초고 쓸 때 많이 듣고, 퇴고할 땐 거의 끈다. 주로 초고 쓸 때 도움을 많이 받는다. 음악소리가 눈에 불을 키고 두 주먹 불끈 쥔 자기검열의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덕이다. 방심한 틈을 타 와다다다 초안을 작성한다. 본격적인 전투에 돌입하기 전에 심신을 안정시키는 용도로 쓸만하다.
2. 필사
3. 커피 한잔
커피 한잔, 힐링 음악, 필사..
세 가지가 충족되면 마음이 편해진다. 이 루틴 방식이 나한테 제일 잘 맞았다. 루틴을 잡고보니, 불안과 부담을 가라앉혀 차분한 상태를 먼저 만드는 게 필요했던 거구나. 새로운 깨달음이다.
필사를 하려면 읽은 책이 있어야 한다. 독서노트를 정리할 책이 필요하다. 독서를 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 선순환이 돌기 시작한다. [독서- 필사- 글쓰기].
의지가 약한 나를 책상에 앉게 만들기 위한 3중 덫이 완성됐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간절함이 이제야 꾸물꾸물 생기는 모양이다.
이런 거 없이 그냥 매일 꾸준히는 안 되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