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좀 쉬우니까요
부모님이 가셨다. 휴스턴 우리 집에 5주간 머물다, 한국으로 떠나셨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다. 잦은 외식으로부터, 꽉 찬 냉장고의 음식을 비우는 스트레스로부터,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는 정신없음으로부터, 여기저기 쌓여있는 비닐로부터, 한 몸에 받던 관심으로부터, 다시 제자리로.
어제 달라스 공항에 모셔다 드리고 와서, 냉장고 정리부터 시작했다. 외식의 부산물로 쌓인 투고 박스를 여러 개 버려버렸다. 오래된 반찬까지 치우고 나니 한결 냉장고가 숨을 쉬는 것 같아 보인다. 시원하다. 5주간 엄마 아빠의 손길이 진하게 묻은 냉장고 정리는 허무하리만치 금방 끝나버렸다.
하지만 마음을 놓아버린 동안 '대충 먹기'에 길들여진 내 입맛을 다시 회복하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다시 야채가 그다지 당기지를 않는 걸 보니. 밥이 먹고 싶은 걸 보니. 계란이 먹기 싫은 걸 보니.
어찌 되었든, 이제는 식단과 운동을 병행할 때가 왔다. 다이어트 시작한 지가 언젠데, 이제야 '운동'이라니. 그래도 뭐, 이제라도 하면 된다. 예전에 잠시 스쳐갔던 근육을 되찾아서 몸에 덕지덕지 붙여줄 차례다. 뭐...부터 해야 할까?
우리 집 마당에는 수영장, 스파, 파이어핏이 있다. 전에 집 수영장도 히터가 있었지만 트는데 꽤나 복잡했다. 마당을 가로질러 나가서 옆문을 열고, 수영장 필터와 히터 등이 있는 옆마당으로 들어간다. 무성한 잡초를 해치고 컨트롤 박스를 연 후, 온도 설정을 바꿔 히터를 틀면 8시간 즈음 후에 수영장 물은 미세하게 덜 차가운 정도가 됐다. 그래서인지 4년 살면서 1번 써봤다.
새로 이사 온 집은 컨트롤러가 집 안에 있다. 마당으로 나가는 문 옆에 딱 붙어있다. 8개의 버튼이 있는데, 'SPA'라고 쓰인 버튼을 누르면 동그랗고 작은 스파의 6개 구멍으로 뜨거운 물이 쏟아져 들어가기 시작한다. 'High Temp'를 누르면 파이어핏에 불이 훅 붙는다. 그 외에도 두 종류의 등과, 세 종류의 폭포도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작동한다. 쉽다.
반면에 이 집 극장은 꽤나 복잡하다. 세 가지 버튼을 순서대로 누르라는 말에, 남편이 설명해 줄 때 동영상도 찍어놨지만 찍어놓은 동영상조차 어디 있는지 찾기가 어렵다. 다시 물어보자니 잔소리나 들을 것 같아서 말았다. 전에 아들을 불러 켜 달라고 한 적이 있는데 요리조리 해보던 아이는 결국 실패했다. "원래 되는데, 안될 때도 있어" 라나. 그래서 한 번도 켜보지 못했다. 복잡하게 느껴져서.
굳이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뭘 하든 쉬워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 나오는 포인트도 그거 아니겠는가. 하기 쉬워야 한다는 거.
이제부터 헬스장 끊어서 매일 2시간씩 운동할 거야, 나 매일 5km씩 뛸 거야, 보다는 일단 현실 가능한 작은 목표를 잡는 게 좋다는 이야기다. 이를테면 운동복을 보이는 곳에 두고 자는 것까지, 아침에 발견하면 일단 운동복을 입는 것까지, 혹은 운동화 신는 것까지, 조금 더 나아가 운동화 신고 나가는 것 까지를 목표로 하면 실행하기가 쉬워진다. 못했다고 좌절할 확률도 내려간다.
그래서 나는 '아주 작은' 운동 목표를 정해보려고 한다!
1단계는 사소한 일들이다.
매일 하는 일이 운동을 착 붙일 거다. 양치할 때 스쿼트를 한다던가, 샤워기 물이 뜨거워지는 시간 동안 벽을 잡고 푸시업을 한다던가. 옷 갈아입기 전에 덤벨을 들어본 다던가. 그런 거다. 개수가 아니라 하는 걸 목표로.
아빠가 사두고 간 발로 밟는 스태퍼(Stepper)에 매일 1번 오르는 일도 포함하려고 한다. (남편이 아빠 가시고 2층으로 옮겼는데, 이걸 위해서 다시 주방 근처로 옮겨두어야겠다)
물론 이렇게 하면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하지만 겨우 이거에서 끝나면 근육이 전혀 달라붙지는 못한다! 저거 다 해봤다. 쉬우면 쉽게 하기는 한다. 내 문제는 거기까지-하고 끝이라는 거다. 그래서 다음 목표까지 잡아놔야 한다.
2단계는 일단 구체적으로 숫자로 잡으려고 한다.
스쿼트 15회씩 3세트. 세면대 잡고 푸시업 10회 1세트. 스태퍼 100회. 5파운드 덤벨 10회.
그리고 여기에 밖으로 나갈 준비를 더하려고 한다. 운동복 챙겨두고 자기부터. 아침에 일어나서, 막내가 학교에 갈 때 운동화 신고 함께 나가는 걸 목표로 한다.
3단계는 더 근육 붙이는 일들을 해야겠지만, 앞으로 2주간은 이렇게 해본다.
+ 이번주 땡스기빙 연휴가 끝나면 피트니스클럽 멤버십도 등록하려고 한다. 전에 줌바 수업이 나한테 잘 맞았다. 바로 이어서 했으면 좋았겠지만 두 분만 두고 나가기엔 내가 심성이 좀 곱다. 그래서 이제 다시 시작해야겠다.
+ 스트레칭이 필요하다. 온몸이 굳어있다. 허리도, 고관절도, 어깨도, 머리까지 풀어줄 필요가 있다. 이건 시간을 내서 해야 해서 시작이 잘 되질 않는다. 마음먹고 해 봐야겠다.
나는 반드시 건강한 몸으로 바뀔 거다.
겨우 40대 중반이다.
지난주에는 56.25였는데, 56.6이 되었다.
마음을 놓은 것 치고는 괜찮아 보이지만, 이번주부터는 다시 신경 쓰는 걸로!
2주 내로 내장지방 5까지 내리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