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에서 예전에 내가 10kg을 쉽게 뺐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궁금한 분은 여기)
그런데 사실 이때 몸무게가 빠진 건 나만이 아니었다. 내가 먹는 식단 그대로 남편에게도 차려준 덕에, 남편도 쉽게 10kg이 감량되었다. 나보다 속도도 빨랐다. 물론 그도 나처럼 산에 다니긴 했지만, 몸무게를 빼는데 음식 조절만큼 큰 영향을 주는 건 없다 생각한다. 내가 단순히 살을 빼기 위해 시작한 식단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부부는 둘 다 건강한 음식 위주로 식사를 한 셈이었으며, 그 덕에 몸 컨디션도 살아났으며, 둘 다 10kg씩이나 감량할 수 있었다.
그 당시 나는 3주간 클린한 음식을 먹고 나면, 하루 치팅데이를 가졌다. 그날이 바로 떡볶이를 먹는 날이었다. 샐러드가 진심으로 맛있어서 먹던 시절이었지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에서 처럼 나도 떡볶이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책을 읽지는 않았습니다만)
양심껏 떡 옆에 양배추와 계란을 가득 넣어 한 그릇 비우고 나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다음 3주를 다시 가 볼 힘이 솟아나는 기분이었다.
어제 떡볶이를 먹었다. 휴스턴에 있는 '두끼'라는 즉석떡볶이집이다. 심지어 뷔페다. 어제 오전 11시, 설레는 마음을 안고 친구와 떡볶이집으로 향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아침도 굶은 상태였다. 육수가 끓는 사이 옥수수가 든 떡, 치즈가 든 떡, 길쭉한 떡, 숙주와 청경채 같은 야채, 고기, 쫄면과 넙적 당면까지 야무지게 담았다. 이번엔 사이드 차례였다. 김밥과 소떡소떡, 3종류의 튀김을 한 접시에 담아냈다.
맛있었다. 3종류의 소스를 조합한 매콤하고 달달한 소스가 떡과 야채에 고루고루 베여있었다. 사이사이 숨은 얇은 고기는 풍미를 더해줬고, 떡의 식감이 다양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행복은 했다. 먹을 때까지는.
집에 오니 문제가 생겼다. 전에처럼 클린하게 먹다가 한 끼 떡볶이를 먹었을 때는 바로 회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상태가 아니었다. 부모님이 계실 때부터 야금야금 무너진 식단 덕에 나는 요즘 야채가 당기지 않는 상태였다. 밥을 먹고 과자도 하나씩 집어 먹기도 했는데, 그래도 뭔가 더 먹고 싶었다. 참지 못하고 여러 개 먹은 날도 있다. 배고파서 먹은 것도 아니라 먹고 나면 더부룩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도, 밥을 먹자마자 누워버렸다.
거기에 자극적인 떡볶이가 정점을 더해준 셈이다. '와, 이거 큰일 났네. 야채도, 과일도, 심지어 계란도 진짜 먹기 싫은데?' 싶어 졌으니까.
오늘 아침, 남편이 툭 말을 한다.
"전에 나 점심 도시락으로 샐러드 싸주기로 한 거, 진짜 해주나?"
이거다 싶었다. 예전에 나 혼자 먹겠다고 매끼 야채를 썰고 굽고 했다면 나는 오래가지 못했을 거다. 두고두고 그 생각을 많이 했었다. 당신을 챙기느라 내가 제대로 했던 거구나, 하고.
"내가 오늘부터 샐러드 싸줄게."
로메인을 씻었다. 물기가 빠지도록 망에 담아두고, 다른 야채들을 썰었다. 파프리카, 양파, 양상추, 방울토마토, 그리고 치킨을 담았다. 식감이 부족했다. 견과류를 부수고, 크루통과 튀긴 양파까지 곁들였다. 소스는 따로 담았다.
그의 도시락을 준비하며 내 점심도 간단히 해결되었다. 남편의 도시락을 싸지 않았다면 나는 오늘도 '어우 귀찮아.'를 연발하며 대충 때웠을 거다.
이제 점심은 무조건 샐러드다. 당신도 나도. 그래서 장을 봤다. 비장하게 길죽한 리스트를 들고 갔는데, 늘 그렇듯 그보다 많이 샀다. 버려지지 않도록 많이 먹어야지!
이렇게 이제 나는, 나의 다이어트를 위해 남편의 도시락을 싼다. 일석이조다.
참고로 남편은 아침에도 샐러드를 먹는다. 주로 양배추 가득, 견과류 한 움큼, 계란 프라이 2개, 아보카도, 후무스, 블루베리 등이 담긴다. 그리고 내가 싸주지 않아도 점심은 샐러드를 '사'먹고 있었다. 오전에 출근이 늦는 편이기에 운동을 하고 나가고, 저녁은 종종 굶는다. 영양제도 잘 챙겨 먹는다. 즉, 본인 건강 관리를 아주 잘하는 편이다 :)
그리고 오늘의 몸무게는 이렇다.
처음보다 2.3kg을 감량했지만, 사실 몸무게가 중요하겠는가. 근육과 내장지방이 중요하지.... 반성한다. 하지만 괜찮다. 앞으로 잘하면 된다.